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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소한 일상의 거대함

프랑스 작가 8개월간 항해일지 담은 모험소설…미지의 세계 통한 존재 본질 철학적 담론 담아
나비들의 음모
파트리스 라누아 글|최정수 옮김
태일소담|264쪽|1만원.

프랑스의 물리학자, 과학저널리스트이자 탐험가였던 작가가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편의 독특한 모험소설 ‘나비들의 음모’를 펴냈다.

8개월간의 항해일지가 담긴 이 소설은 실존, 시간, 무한성 등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과학적, 철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은 요트 ‘모르포 호’의 주인인 천체물리학자 로익, 신비한 소녀 클라라, 자폐아 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함께 모르포 호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 소풍을 나간다.

발동기 사고로 인해 조난을 당한 이들이 바람과 포효하는 바다에 맞서는 모험이야기 속에서 망망대해라는 미지의 세계에 버려진 세 사람의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물들이 왜 존재하는가?’, ‘무한한 것은 무언인가?’ 등 철학적 담론들이 펼쳐진다.

잔잔한 미풍,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산호빛 바다, 반짝이는 은갈치 떼까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시적인 묘사와 거대한 폭풍우, 굶주림, 두려움 등 극한의 상황 속에서 타인 또는 자기 자신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상황이 생동감 있게 교차한다.

알래스카, 파타고니아 등을 항해한 탐험가이기도 한 작가의 체험에서 묻어난 생생한 전개 덕분에 이들의 모험이 실제로 항해를 하듯 리드미컬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주인공 로익의 입을 빌어‘우리의 일상 속에 수없이 축적된 결정들과 대수롭지 않은 행위들이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가벼운 그것들이 핵심이 되는 골조를 구성하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나비들의 음모’라고 부른다.’

우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시간, 존재 등이 환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만드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작은 것들인 것이다.

아직 세상이 궁금한 것투성이인 10대 소녀 클라라와 솔에게 로익은‘너의 눈과 귀가 결국 너를 속인단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곧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은 배 ‘모르포 호’의 이름이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 하늘의 심연보다 깊고 어두운 불가해함이 있다고 믿는다면, 혹은 세상을 깊이 관찰하는 관찰자라면 이 소설을 읽을 준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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