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감나무가 있었지
아버지처럼 든든히 서있던 감나무
감꽃이 피면 언니랑 함께
나무 밑에 떨어진 감꽃을 모아
화관을 만들었고
애기 감들이 떨어지면
치맛자락에 주워 담아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지
홍시감이 되면
한 개로도 배를 채우고 남았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우리 집 감!
양복 곽 속에 가지런히 넣어두고
서울로 유학 갔던 오빠들이 돌아오면
한 개씩 내어주던 어머니의 손길
감나무 아래에 서면
언제나 떠오르는 유년의 추억
아버지 닮은 우리 집 감나무!
시인 소개 : 충남 논산 출생, ‘시와 시인’으로 등단,
시집 ‘조용히 오는 것은 아름다워라’ 등 동인집 다수,
2003년 시흥시 문인분야 예술공로상 수상, 경기시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