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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묻다] 한나라당 상임고문 이연숙

국회의원 전국구 50% 여성할당 등 바른목소리 전달 법제화 노력 필요
NGO 활동가 국회 진출 응원할 것 고령화·소자녀문제 사회 이중난제

 


“정부지원 의존않는 자생경영 ‘장수 NGO’ 키워야”


백발이 성성한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한국소비자연맹 이사, 한국UN협회 고문, 일본 세계여성지도력발전회(GEWEL) 등 국경을 넘나들며 꾸준한 NGO 활동을 하고 있는 이연숙(75) 한나라당 상임고문을 만났다.

1970년부터 약 40년간 한국소비자연맹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연숙 상임고문은 사회활동가로서 이름이 높임은 물론, 93년에는 KBS TV 심야토론 사회자로서 대중들 앞에 서기도 했으며 97년에는 정무제2장관을 지내고, 2000년에는 제16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성실히 수행해 냈다.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기도 했던 그녀는, 지금의 자신이 있기에는 당시 이대 총장을 지냈던 김활란 여사의 말이 큰 영향을 줘 더욱 열심히 활동하고, 스스로를 연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활란 총장은 특강을 통해 “졸업 후에 집안에 들어 앉아 살림만하며 자신을 재능을 썩힐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학교를 그만둬라. 이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공부가 너무도 절실한 다른 누군가의 기회를 박탈하고 들어온 것이니 만큼 평생 그 사람들에게 빚을 갚는다 생각을 하며 살아라”라며 사회 속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여성이 되라고 끝없이 격려했다고 한다.

이연숙 상임고문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시간과 돈, 노력, 능력을 투자해 가며 해나가야 하는 NGO 활동에 대해 “NGO라는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학교같은 존재이자, 스승같은 존재이며 정년이 없는 NGO 활동이 나이를 먹을 수록 해봄직한, 그럴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며 그녀가 오히려 NGO 활동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자신을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녀에게 NGO의 역할, 방향성 등 NGO와 관련한 전반적인 의견과 여성지도자로서의 그녀가 여성들에게 들려주고픈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소비자연맹 이사, 한국UN협회 고문 등 여러 NGO에서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NGO 활동이 이연숙 상임고문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NGO라는 것은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지만 현 사회 변화를 지켜봤을 때 변화가 필요한 어떤 상황이나 문제점을 캐치해 정부의 정책이나 법이 바뀔 수 있도록 인식을 변화시키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단체를 일컫는다.

NGO 활동을 한다고 하면 돈 벌이가 안되는 일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 스스로가 돈과 시간, 지식을 투자해 하는 NGO 활동은 우리가 영어나 컴퓨터 같은 것들을 배우기 위해 학원비를 들이고 시간을 써가며 학원에 다니는 것과 비할 수 없이 몇 배로 나를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스승이 돼준다.

NGO는 정부의 기능을 보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견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시민단체이고, 늘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가치,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즐거운 교육의 장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유권자운동연합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단체에서 활동을 했는데, 이런 NGO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입니까?

▲NGO라는 것은 자생력이 뛰어난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존재입니다.

NGO에서 활동하는 많은 자원활동가들의 돈과 시간, 노력이 집결돼 어떤 하나의 결실을 맺기 위해 움직이는게 기본인데, 최근에는 NGO답지 않은 NGO들이 많아져 걱정이에요.

몇몇 NGO들은 자생력을 기르고, 자신들의 색깔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정부의 돈을 받아서 진행하는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다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단체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현상은 아주 큰 문제입니다.

NGO 활동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려는데 의의를 둬야지 돈에 기대면 안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명맥을 잘 유지해오는 YMCA,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모금활동, 기업 지원, 회원 회비 등을 통해 경제적 자립도를 높인 단체들입니다.

-이연숙 상임고문을 비롯해 NGO에서 활동하던 사람들 중 속속 정계에 진출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그들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NGO 출신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NGO 출신 정치인을 안좋게 보는 시선이 많은데, NGO를 제대로 들여다 보면 그런 생각이 하지 않을 거예요.

앞서 설명했듯 NGO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틀을 깨서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궁극적으로는 국회나 정부를 통해 법제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의회라는 곳이 바로 그 법을 만드는 곳 아닙니까?

NGO에서 발로 뛰고 목소리를 내던 자원활동가들이 국회에 진출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보다 가까운 곳에서 크게 소리내며 함께 일하는 의원들과 국민들을 설득시켜 자신들의 목소리를 법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16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간호사관학교가 폐지된 적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다시 열게 했고 간호사관학교장을 장성급으로 바꿔 적어도 2년에 한명씩은 여성 장군이 배출되고 있어요.

또 이미경 전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 전국구 50%를 여성에게 할당케하는 등의 조항을 담아 정당법을 바꿔 지금은 국회에서 여성의원 비율이 10%를 넘겼습니다.

-NGO활동가로서 한국사회에서 시민운동 혹은 여성운동의 화두가 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한국사회에는 지금 몇 가지 큰 문제점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고령화 문제고, 다른 하나는 소자녀 문제예요.

세계에서는 한국사회가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앞으로 그 문제가 더욱 큰 사회 문제로 번질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65~80세 정도의 경제활동은 가능하지만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정년퇴직을 하고 집에서 놀아야만하는 노년인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건강하고 부유한 65세 이상의 노년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활용해 또 다른 노인들을 돕는 방안도 생각해 봄직합니다. 노년인구의 생산력을 활용하는 정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예요.

또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자녀 문제에 대해서는 요즘 여성운동의 축으로 밀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3대 의무인 납세의 의무, 병역의 의무, 교육의 의무에 ‘출산의 의무’를 더해 4대 의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물론 과거와 달리 핵가족화 된 상황이고, 여성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서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국가에서 아이들이 의무교육을 받기 시작하는 만 5세 이전까지 출산비용, 육아비용 등을 부담한다면 출산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인구감소가 심각했던 프랑스의 경우 이런 유사한 방법으로 출산율이 많이 증가했어요. 우리 여성들이 국가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할 일이 바로 출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국방부에서 여성들의 사병 지원입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까지의 여성들의 간부직 입대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의 능력에 맞는 보직을 잘 가린다면 사병 지원입대 방안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성 차이’에 대한 인지는 분명히 해 남성들은 군무를, 여성들은 출산을 가장 중요한 몫으로 생각했으면 해요.

-여성지도자로서 이연숙 상임고문이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정치력과 능력이 높다고 인정받지만 특히 한국여성들은 정치력과 위기관리능력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해요. 이런 능력을 썩히지 말고 어떤 분야에서라도 사용하길 권합니다.

한국여성들은 결혼을 해 약 10년 정도 살면 시댁식구들에 대해 다 파악해 시댁식구들의 Needs(요구)에 거의 대부문 맞추고 다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능력이 있다 하더라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물론 사회 속에서 소수자이기에 목소리를 내기 힘들겠지만 좀더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의 반은 여성입니다. 우선은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 여성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의회로 내보내고 그들을 감시하는 역할부터 시작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연숙 한나라당 상임고문
▲1935년 강원 화천 출생
▲1957년 이화여대 교육학과 졸업
▲1970년~ 한국소비자연맹 이사(現)
▲1992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수석부회장
▲1993년 KBS TV 심야토론 사회자
▲1993~97년 대한가족계획협회 이사
▲1994~97년 한국재해대책협의회 부회장
▲1994~97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1996~2000년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상임공동대표
▲1996년~ 성균관대 이사(現)
▲1997년 정무제2장관
▲1997~2000년 세계여성단체협의회(ICW) 수석이사
▲1998년 환경마크협회 회장
▲1998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명예회장
▲1998~2003년 한국UN협회 부회장
▲2000~02년 한나라당 부총재
▲2000~04년 제16대 국회의원(전국구·한나라당)
▲2000년~ 한나라당 상임고문(現)
▲2003년~ 한국UN협회 고문(現)
▲2004년~ 일본 세계여성지도력발전회(GEWEL) 고문(現)
▲2006년~ ‘강원도 삶의 질 일등도 위원회’ 위원장(現)

 


/사진=조병석기자 cb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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