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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그날의 가슴저미는 상흔’ 어찌 잊으랴

‘6·25전쟁 60주년 미공개 사진전’ 과천 한국카메라박물관 7월 1일까지 전시

 


60대 중반 이전 세대들은 6.25전쟁을 잘 모른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6.25 동란을 간혹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하지만 그 참혹상을 실감하지 못한다. 북한군의 집단 학살 현장에서 가족을 확인한 아낙네의 울부짖는 모습, 적군의 포화로 숨진 엄마의 젖가슴을 파고드는 간난아이, 배움의 열망을 안고 학교를 찾았지만 불탄 교실 앞에 망연자실하는 아이.우리에겐 떠올리기도 싫은 역사의 현장들을 당시 참전 미군과 종군기자들은 카메라에 담았다. 과천에 소재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이 22일부터 오는 7월1일까지 개최하는 6.25전쟁 60주년 미공개 사진전도 그 당시 가슴 저미고 숨 가빴던 순간들의 기록이다. <편집자 주>

지난달 26일 전시를 위한 사전준비를 마쳤거니 지례 짐작하고 약속한 시간, 취재 차 박물관 김종세 관장을 만났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전시장인 지하1층엔 입체사진이 걸려있었고 실망한 기자에게 김 관장은 이틀 후인 일요일 모든 채비를 하겠다고 했다.

특별전을 위해 마련한 제법 넓은 공간에 전시된 6.25동란 사진은 모두 70점.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가로막혀 조금은 답답한 분위기를 카버하려는 듯 카페 분위기를 연출한 은은한 조명과는 달리 퇴색된 사진 속 정경은 암울했다.

곳곳에서 자행되었던 북한군의 대량 학살 현장엔 살아남은 자들의 분노와 오열, 한없는 슬픔이 시공을 뛰어넘어 관람객들의 가슴에 절절이 와 닿는다.

함흥에서 전주에서 충주에서 며칠 전만해도 서로 웃고 떠들던 이웃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자 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고 지아비를 잃은 지어미는 떨리는 손을 진정하기 위해 치마 끝을 붙잡고 통곡했다.

특히 함흥 어느 우물에서 학살된 시신을 건져 올리는 장면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현장이었다.

참전용사들은 구천을 헤매는 그들의 원혼을 위해 묵념을 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일터에 나간 남편이 종내 돌아오지 않자 시신이라도 수습하고자 천지사방을 헤맸으나 종내 찾지 못하고 더럭 주저앉은 여인네와 그 옆에 넋을 잃은 어린 딸의 모습은 안쓰럽다. 6.25 전쟁은 어른에게도 큰 시련이었지만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들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큰 고통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기계 소리가 멎은 지 오래된 인천 한 공장 앞에서 부모를 잃은 여자 아이가 더 이상 울 힘도 없어 시름없이 앉은 광경은 눈물겹고 이제 겨우 4~5살 나이의 고아가 구걸한 밥을 군용 반합에서 손으로 집어먹으면서 주위를 겁에 질린 듯이 바라보는 눈망울은 처연하다.

유치원에 다닐 꼬마가 깡통을 들고 거리에서 구걸하는 모습은 종전 후에도 한참동안 목격된 슬픈 과거였다.

미 해군 모자인 ‘Gob Hat’를 얻어 쓰고 늠름한 포즈를 취한 어린이의 옷은 커 소매와 바지가랑이를 여러 겹 걷어 올렸으나 그래도 헐렁해 극한 상황에 처한 당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그러나 간난 동생을 업고 탱크 앞에 선 소녀는 이 난관을 극복하겠노라고 다짐하듯 입을 굳게 다문 표정에서 절망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어 한 가닥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목과 등이 휠 정도로 무거운 짐을 머리와 지게에 지고도 피곤한 기색 없이 피난길에 오른 억척스러움은 종전 후 한국 재건에 불씨를 당긴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주먹밥을 만들어 군인들에게 나눠준 봉사활동에 동참한 소년들도 청년이 되면서 산업화의 역군이 되었다.

1953년 7월27일 조인된 정전협정문 문서 하나가 그 오랜 세월, 분단과 이산의 아픔, 전쟁 재발에 대한 긴장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을 한 사람은 그때 많지 않았다.

대다수 국민들은 단지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뿐.

지난달 20일 오전, 정식 개막에 앞서 첫 꼬마 손님이 찾아들었다.

박물관 1, 2층에 전시된 희귀한 카메라를 견학 온 유치원생들은 6.25사진을 보고 어린 마음에도 침통해했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특별전시장에 항공카메라도 같이 선보이고 있다.

이중 미군 전투기가 원산, 평양 폭격 시 사용되었던 카메라도 눈에 띈다.

1, 2층 상설전시장엔 소형 일안반사식카메라 200점과 1809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단위로 분류, 정리한 부스엔 세계적으로 희귀한 카메라가 즐비하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기념해 4대를 만들었으나 현재 유일하게 1대만 남은 ‘콘탁스 II 라이플’ 등등.

김종세 관장은 “올해는 우리 민족사의 가장 큰 비극인 6.25전쟁 60주년이 되는 해이나 그로인한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며 “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과천시로부터 행사비용을 지원받은 특별기획전은 과천시민들에겐 무료관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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