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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한마당축제의 모든 것

문화·예술 물든 과천의 가을날 삶의 깊이 전하는 몸짓의 향연

귀청을 찢는 매미 울음소리가 한순간 뚝 그치고 밤중 동네 담벼락이나 뒤뜰엔 귀뚜라미가 읊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들려온다. 도심을 유람하는 바람결에도 한결 시원함이 얹혀있는 그런 계절에 과천한마당축제는 나비처럼 사뿐히 과천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한마당축제는 일상탈출을 해보라고 슬며시 손을 내민다.

햇수로 15년째를 맞는 올해 축제는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기라도 작심한 듯 풍성해졌다. 물과 불, 하늘과 땅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시민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세계로 인도한다. 그리고 볼거리가 없다고 투정하는 이에게 한마디 툭 던진다.

“이래도 만족하지 못하겠느냐”고.

 

 

올해 축제 공연물은 해외공식참가작 7개 작품, 국내공식참가작 13개 작품, 자유참가작 6개 작품 등 총 26개 작품이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 간 주 무대인 한마당, 축제마당과 중앙공원 분수마당, 별양동쉼터 등지에서 열린다.

또 축제음악 3개 작품, 거리음악 3개 작품, 특별초청작까지 더해 총 35개 공연물이 이 기간 80여회 펼쳐져 과천을 들뜬 분위기에 잠기게 한다.

작품들은 대부분 무언극으로 관객들이 언뜻 작가의 의도를 알지 못해 자칫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객석까지 전달하고자 하는 깊은 뜻을 알고 보면 감흥과 재미가 배가 된다.

▲ 해외공식참가작

‘나르시스의 관망’(프랑스)에서 오브제로 사용한 물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면 관람객들은 작품 이해가 한층 쉬워진다.

영화처럼 클라이맥스도 없고 물론 스토리도 없다.

하지만 배우들의 몸짓에서 현대사회의 이기주의적 군상과 우리들의 자화상을 엿보게 한다. 물위를 걷고 자전거를 타고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 신비하게 다가선다.

‘저 아래 물은 얼마나 깊을까’(벨기에)는 제목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작품이다.

물속은 죽음이나 무의식 공간이고 물 밖은 삶의 공간으로 표현해 무척 추상적이다. 두 명의 무용수들이 이 두 공간을 오가며 펼치는 섬세한 동작이 볼거리다.

이 두 개 작품은 모두 서울대공원 내 막계저수지에서 열려 공연시간에 맞춰 시민회관~저수지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한밤 중앙대로를 막고 펼쳐지는 ‘마법의 성’(스페인)은 컴컴한 시가지 밤을 대낮까지 밝혀준다.

곳곳서 터지는 수많은 불꽃과 신나게 두드리는 드럼은 시민들을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고 춤을 추게 만든다. 그 광경을 보고 즐기면 그뿐 굳이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찾을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

‘1001개의 빛’(벨기에)은 도심을 관통하는 양재천 위에 촛불을 밝힌 종이배를 띄운 설치예술로 그 광경을 찬찬히 보면서 주민들은 일상에서 보았던 하천과 주변이 또 다른 시선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멕시 비엥’(스페인)은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곡예와 그런 동작을 하면서도 악기를 연주하는 과정의 코믹한 동작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인형극 골론드리노 이야기‘(프랑스)와 동화책을 종이를 이용한 마술공연인 ‘그림책처럼’(일본)은 어린이들이 좋아할 공연이다.

▲ 국내공식참가작

국내 두 번째 공연인 ‘엘리스의 이상한 나라’는 3m가 넘는 인형 탈을 쓴 출연진들이 별양동쉼터에서 중앙공원 분수마당까지 이동하며 벌이는 퍼포먼스로 아이들이 졸졸 따라 다니며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리게 만든다.

‘리어카 뒤집어지다’는 리어카 자체가 서민을 뜻하듯 소외된 자들의 외침과 고단한 삶 속에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가슴 뭉클한 장면을 담았고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시골에서 방금 이사 온 부부의 도시 적응기다. ‘똥개’도 바탕에 깔려있는 주제는 ‘리어카 뒤집어지다’와 비슷하다.

무거운 주제를 유쾌, 상쾌, 명쾌하게 풀어낸 시나리오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댐으로 잠겼던 마을이 물이 빠지자 그 모습을 드러낸 실제 발생했던 사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쏭노인 퐁당뎐’은 낚시터를 운영하던 쏭노인이 물에 빠져 반인반어로 물속에서 산다는 내용이고 인간의 탐욕을 묘사했다.

입센의 ‘바다에서 온 여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바다의 여자’는 인간과 물과 관계를 역학적인 구도로 표현했다.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동작이 일품이다.

포이, 스태프, 훌라후프 등 도구에 불을 붙여 연출한 ‘태양의 조각’은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불의 동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도시 내시경, 과천의 기억’은 누가 생각했는지 발상 자체가 독특하다. 비닐하우스로 긴 터널을 만들고 곳곳에 영상물을 설치, 잊혔던 과천의 옛 모습을 비쳐준다. 문명이 가져다 준 현재의 황폐함과 가난했어도 마음은 넉넉했던 과거의 모습이 교차된다.

넓은 도로를 두고 서로 반대편에 세워진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한 줄 하나에 의지해 벌이는 공중곡예인 ‘빛, 날다’에선 과천시민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광경을 접한다. 건물 아래에서 비추는 조명을 받아 춤추는 듯한 배우들의 동작은 가히 환상적이다.

춘천마임축제 공모작인 ‘홀림낚시’는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낚싯바늘이 기다리는 줄 모르고 등불을 쫓아다니는 오징어 떼처럼 화려함과 아름다움만을 찾는 현대인들이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오 마이 갓’ 제목의 갓은 조선시대 양반들이 머리에 썼던 갓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외국문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현대사회를 고발했고 다양한 갓이 등장하는 것도 볼거리 중 하나다.

노파가 도난당한 폐지와 고물을 찾는 행적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도시괴담’은 그래서 공연장소도 다소 음침한 곳을 택했다.

‘장대장타령’은 소리와 춤에 익살을 더해 질펀하게 한마당 늘어놓는다.

신진들의 발굴을 위한 자유참가작도 주목할 작품이 많으니 빠뜨려선 안 된다.

▲ 축제 및 거리음악공연

국내 유일한 정통 오리지널 로큰롤 밴드인 ‘오! 부라더스’, 김종진 전태관 두 명이 꾸려 나가는 퓨전 재즈 록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독자적인 스타일로 풀어내는 ‘눈뜨고코베인’ 등의 연주는 눈감고 들어도 흥이 절로 난다.

‘신나는 섬’은 다양한 악기만큼이나 풍성하고 깊이 있는 사운드로 귓가를 즐겁게 하고 러시아에서 온 ‘에버브라스밴드’는 본 고장 특유의 파워풀함을 보여준다.

관객이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좋아서 하는 밴드’는 2008년 4월 첫 공연이후 전국을 누비며 거리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팀이다.

개인이나 단체로 과천시민들이 구성된 시민거리공연단도 하모니카나 토이피아노를 이용한 연주나 차밍댄스로 즐거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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