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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안개, 그 사랑 법

안개, 그 사랑 법                                                             /홍일표

모를 것이다

못 박을 수 없고, 그물로 멈추게 할 수 없는

내밀한 흐름, 눈부신 보행을

허공에 떠다니는 금빛 은어 떼의 나직한 연가를

상처 깊은 우리의 거리를 붕대로 동여매는 오늘밤

모를 것이다

어루만지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꽃망울을

가로수와 가로수의 거리를 지우는

그리하여 마을 전체를 치마폭에 감싸안는

눈물겨운 모성을

모를 것이다

우리네 골목길의 흉흉한 냄새와

온기 없는 손과 손을 적시며 흐르는

빛 고운 숨결을

그 은밀한 속삭임도

모를 것이다

시집- 안개, 그 사랑법/ 심상사/ 1991

 

슬픈 손의 위안 같은 촉촉한 감촉으로 모든 사물들의 남루해진 뿌리를 가려 잠시 쉬게 하고 돌이킬 수 없도록 치명적이고 리얼해 상처 깊은 우리의 거리를 붕대로 동여매 치유와 몽환의 세계로 들어 올려주는 대지의 희고 엷은 소맷자락, 우매한 이성들은 모른다고 치자. 무슨 상관이겠는가.이른 봄날 아침 ‘금빛 은어 떼의 나직한 연가’에 아직 수줍음 많은 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더는 물러설 곳 없는 막막하고 주눅 든 마음들 포근하게 품어주는 모성에 누군들 잠시 얼굴을 묻지 않겠는가.스스로 생성하고 소멸하는 그 손끝에서 물기 머금은 꽃망울이 자라고 초목들은 건강한 기지개를 켜리라.

/최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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