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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 커피향 그윽한 장터… 노인 일자리·수익창출 일거양득

경기신문 연중기획 사회적 경제기업 탐방-농부들의 카페장터

 

가평 설악면 방일리 37번국도변에 위치
텃밭서 키운 각종 농산물 진열 ‘눈길’
판매 수익금은 마을 생산자에게 전달

노인들 고용 카페서 드립백커피 생산
유명 커피전문점 납품… 판로 확장
찜질방 등 리모델링 수익 창출원 다각화


지난 2014년 11월 행정자치부로부터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농부들의 카페장터’‘농부들의 카페장터’는 전통적인 산골마을에 산재한 기존 자산들을 활용한 마을기업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특산품인 잣을 활용해 농촌마을이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판로를 개척하는 한편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건립된 마을회관과 찜방 등을 마을사람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가평에서 한강을 건너 37번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다 보면 설악면 방일리에 이르러 우측으로 자리잡은 ‘농부들의 카페장터’

평온한 시골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을수도 있는 세련된 2층짜리 건물 앞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잣은 물론 늙은호박과 포도, 오이, 상추 등 각종 농산물이 진열돼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마을기업인 ‘농부들의 카페장터’에서 판매하는 농산물들은 모두 방일리에서 생산되는 물건이다.

급격하게 노령화된 마을 주민들이 텃밭에서 키운 농작물이라 양이 많지도 않다.

 

 

 

마을 주민들은 소일거리 삼아 집 앞 밭에서 키운 농작물을 ‘농부들의 카페장터’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된다.

판매되는 수익금은 모조리 생산자에게 전달된다.

뿐만 아니라 ‘농부들의 카페장터’의 설립자인 서영갑 대표는 건물 내부를 깔끔한 카페로 꾸몄다.

카페의 한 귀퉁이는 커피드립백을 생산하는 설비가 갖춰져있다.

드립백은 커피를 손쉽게 내려 마실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이를 통해 ‘농부들의 카페장터’는 지역의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드립백커피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 하면서 국내에서만 여러개의 매장을 운영중인 커피리브레를 비롯, 대구의 테이블탑과 부산의 모모스커피, 고양의 비라티오 등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에 맞서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전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유명 커피전문점에 납품하고 있다.

또한 국내 대규모 화장품 제조사와 손잡고 영업망을 공유해 판로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지원받아 건립된 마을 찜질방과 펜션은 리모델링을 거쳐 관광객들에게 숙박을 제공하면서 또다른 마을 수익 창출원이 됐다./정재훈기자 jjh2@



 

“궁핍한 마을 살림살이 보탬… 다른 곳도 마을기업 만들면 좋을 듯”

서 영 갑 대표

노후 보낼 전원주택 짓다가 열악한 마을형편 관심
주민과 영농조합 결성… 작년 우수마을기업 선정


“우리 농촌의 극도로 열악한 생활환경을 알고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한가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가평 방일리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자 터를 잡은 서영갑(62) ‘농부들의 카페장터’ 대표.

경상남도 진주에서 홀홀단신 서울로 상경해 중견기업인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던 서 대표는 2010년 가평군 설악면 방일리에 전원주택을 지어 노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방일리의 노인들을 고용하면서 일거리까지 마련해주는 등 마을과 화합하고자 노력한 서 대표.

그러던 중 서 대표는 한 주민으로부터 시골마을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전해듣게 되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마을 주민들과 합심해 영농조합을 결성해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체의 거래처들을 상대로 방일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했다.

이렇게 시작한 영농조합이 차츰 마을 살림살이에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2014년 11월 행정자치부로부터 우수마을기업에 선정됐다.

서영갑 대표는 “집을 짓다 우연히 듣게된 궁핍할 수 밖에 마을 살림살이를 조금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에 영농조합을 결성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마을사람들의 신뢰를 얻기가 가장 힘들었지만 이제는 거의 매일마다 주민들과 막걸리를 기울이는 한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가평군 설악면 방일리를 통과하는 37번 국도를 지나다 방일2리 마을회관 앞에는 서 대표와 방일리 주민들이 운영하는 ‘농부들의 카페장터’가 길가에 보인다.

처음 마을의 노인들이 직접 생산하는 드립백커피 공장을 위해 건물이 지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되고, 나아가 카페 앞마당과 카페 내부 한켠에는 이 마을 주민들이 직접 키운 농작물을 진열해 판매하는 매장도 따로 마련됐다.

‘농부들의 카페장터’는 드립백커피를 만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목을 축여주는 향기로운 커피와 이곳 마을에서 주민들이 정성들여 키운 농작물까지 논스톱으로 살 수 있는 농촌의 백화점이나 다름없다.

실제 ‘농부들의 카페장터’ 앞마당에 진열된 상품은 늙은호박 한덩이에서부터 포도와 쌀, 상추, 풋고추, 옥수수, 잣 등 천차만별이다.

진열된 상품 대부분이 집 앞마당에서 키운 작물들이라 여느 시장의 모습처럼 대량으로 판매할 수도 없다.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든 작물을 가져오기만 하면 서영갑 대표와 그의 아내, 조합원들이 정성스럽게 포장해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된 수익금은 생산자에게 돌려준다.

서 대표는 “좁은 농지와 고령화라는 산골 마을이 지닌 전형적인 악조건에 유통망까지 부족해 직접 기른 농작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마을 노인들이 용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마을에 활기가 느껴지기까지 한다”며 “환경이 비슷한 마을들이 ‘농부들의 카페장터’와 같은 마을기업을 만들면 우리 농촌도 살리고, 좋은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분 좋은 상생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정재훈기자 jj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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