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박훈정
출연 : 최민식/정만식/김상호/성유빈/정석원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이름을 떨치던 ‘천만덕’(최민식)은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은 채, 지리산의 오두막에서 늦둥이 아들 ‘석’(성유빈)과 단둘이 살고 있다.
한편, 마을은 지리산의 산군(山君)으로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자,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인 ‘대호’를 찾아 몰려든 일본군 때문에 술렁이고, 도포수 ‘구경’(정만식)은 대호 사냥에 열을 올린다.
조선 최고의 전리품인 호랑이 가죽에 매혹된 일본 고관 ‘마에조노’(오스기 렌)는 귀국 전에 대호를 손에 넣기 위해 일본군과 조선 포수대를 다그치고 대호를 잡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만덕을 영입하고자 한다.
영화 ‘대호’는 누구도 잡을 수 없었던 대호와 이를 찾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다. 신령스러운 존재로 우리 민족과 친숙한 동물이었던 호랑이는 해수(해로운 동물)를 박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조선의 얼을 말살하려는 일제에 의해 1921년 경주에서 포획된 기록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사라졌다.
대호는 몸무게 400㎏, 길이 3m80㎝이라는 압도적인 위용은 물론이고 포수대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반드시 자기 영역으로 돌아오는 높은 자존심. 시속 80㎞에 육박하는 질주와 포효, 그리고 보는 이를 단번에 굴복시키는 타고난 위엄과 당당함을 갖췄다. 영화는 용맹스러움을 타고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를 스크린에 부활시켜 감동을 전한다.
박훈정 감독은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했고 예의를 지켰던 시대는, 일제로 대변되는 욕망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말을 맞는다. ‘호랑이 나라’라고 불릴 정도였던 조선에서 호랑이는 어떻게 사라져가게 됐는지, 그 순간을 들여다 보면서 지금은 사라져 버린 존재들과 삶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천만덕과 대호의 운명을 따라가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대호와 함께 영화의 한축을 담당하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은 최민식이 연기한다. ‘올드보이’(2003), ‘신세계’(2013), ‘명량’(2014)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 온 최민식은 영화 ‘대호’에서 기구한 운명의 포수로 변신, 깊은 내면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최민식은 20~30대 배우들도 견디기 힘든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며, 한겨울 눈 덮인 지리산에서 호랑이 사냥을 위해 뛰고 구르는 액션연기를 직접 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연과 사람 서로가 최소한의 존중을 갖고 조화롭게 살았던 마지막 시대를 함께 살아내야만 했던 마지막 호랑이 대호와의 깊은 인연을 그만의 깊이있는 연기로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