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고양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에 ‘평화의 세상에서 편히 잠드소서’라는 글귀가 새겨진 추모비가 세워졌다.
이 곳에는 지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금정굴 주변에서 발견된 유해의 일부가 안치됐다.
이들은 6.25전쟁 직후인 지난 1950년 10월9일~31일, 북한군을 위해 부역했거나 부역자 가족이란 이유로 경찰에 의해 학살당한 주민들이다.
당시 153명의 주민이 총살돼 이 일대에 암매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과 파주지역 주민들로 한국전쟁 발발 3일만에 고양지역이 북한군에 넘어갔으나 ‘아군이 북진하고 있으니 동요하지 말라’는 라디오방송을 믿고 피난하지 않은 게 억울한 죽음의 화근이 됐다.
북한군에 의해 인민의용군으로 징집돼 강제 부역에 동원된 것도 모자라 이 지역을 우리 국군이 수복하자 북한군을 위해 부역한 혐의자로 몰려 경찰에 의해 총살당했다.
부역자혐의자 뿐 아니라 가족까지 학살대상이 됐다.
이는 도내에서 벌어진 6·25전쟁 민간인 희생사건 중 하나인 ‘고양금정굴사건’이다.
오랜 기간 억울함 조차 제대로 호소하지 못했던 이들이 경기도로부터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도는 올해부터 ‘6·25전쟁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위령 사업을 지원한다.
지난 2012년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 입법예고된 지 4년만이다.
9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위령제 지원을 권고한 ‘민간인 희생사건’ 15개 사건(20개 시·군)에 대해 유족회 단위로 지원할 계획이다.
유족회 단위로 신청할 경우에만 지원 가능하며 개별 지원은 불가하다.
도비 지원금은 총 4천만원으로 확인 희생자 수, 행사 내용 등 위령제 규모를 고려해 지원 금액을 결정한다.
현재 유족회를 구성한 곳은 6곳으로 ▲고양금정굴사건 ▲고양부역혐의사건 ▲평택청북면부역혐의사건 ▲김포부역혐의사건 ▲양평부역혐의사건 ▲여주부역혐의사건 ▲평택지역적대세력사건 등이다.
15개 사건의 확인가능한 희생자 수는 총 733명으로 이 가운데 유족회가 구성된 6개 사건의 희생자 354명만이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유족회가 구성되지 않은 사건은 ▲남양주진접·진건면부역혐의사건 ▲미군폭격사건(용인·오산·화성·시흥·남양주) ▲경기국민보도연맹사건(수원·안양·평택·안성) ▲가평·포천적대세력사건 ▲경기북부적대세력사건(가평·포천·남양주·고양·파주) ▲경기남부적대세력사건(성남·하남·여주·안성·김포·이천·화성) 등 6건이다.
이 사건들의 희생자들은 도 지원을 받지 못한다.
도는 이달 중 유족회별로 보조금 신청을 받아 하반기내로 위령제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슬하기자 rach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