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벌겅 꿈
/이철수
둥그렇게 토실거리는 시간이 마트 상자 속에 멈춰있다.
가끔 저물녘 허기질 때면 서산을 바라보곤 한다.
붉어가는 구름이 뭉실뭉실 하트 모양으로 보여 질 때는
새콤한 사과 맛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에도
아니 새봄이 와도
심심한 허기에 벌겅 사과를 먹던 그 맛.
사과는 몸에 지워지지 않는 하트를 꿈같이 품고 있다.
본성이 사랑을 꿈속에 담아 숙성시키는 것일까?
누구에게든 뻘겋게 환한 표정으로
새콤한 사랑의 맛을 주고 싶어 하고 있지 아니한가.
■ 이철수 1952년 전북 군산 출생. 《문학공간》으로 등단해 시집 『섬 하나 걸어두자』, 공저『자전거를 타고 온 봄』 등 다수의 시집이 있으며 문학공간 신인상, 경기도문학상우수상, 수원문학인상을 수상했다. 수원문인협회 사무국장·낭송분과장·감사, 시샘문학회회장 역임, 용주사 템플스테이 진행, 정조대왕문화 진흥원교육연구소 실장을 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경기도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이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