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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우리의 소원’이라는 제목의 노래다. ‘우리의 소원’은 몇 차례의 개사를 겪었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제 강점기 삽화가, 만화가, 문학가, 영화 각본가 겸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던 안석영(본명 안석주)이 그의 아들인 작곡가 안병원의 곡에 글을 써준 것이 ‘우리의 소원’이다.


‘우리의 소원’은 1947년 3월 1일 한국방송의 삼일절 특집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발표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이 1948년이고 한국전쟁의 휴전으로 분단체제가 시작된 것이 1953년이니 노래가 발표될 시점에는 ‘통일’을 부르짖을 이유가 없었다. 분단되지 않은 조국에서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라는 것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의 소원’에도 ‘통일’은 없었다.


원래 노랫말은 '우리의 소원은 독립/ 꿈에도 소원은 독립'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출신이었던 안석영이 좌우익 세력 사이의 충돌이 극심했던 미·소 군정기 조국의 진정한 독립을 꿈꾸며 써내려간 가사다.


그런데 이승만 정권에서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란 대목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바뀐다. 이후 노랫말은 다시 “통일이여 오라”가 “통일을 이루자”로, “이 나라 찾는데 통일”은 “이 나라 살리는 통일”로 바뀌게 된다.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던 이승만 정권이 통일을 쟁취하자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노랫말을 바꾼 것이다. 반공이 통일을 앞서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오랫동안 우리는 통일 보다 반공이 우선되는 사회에서 살아야 했다. 1986년 10월 14일 대구 중구·서구에서 당선된 신한민주당 유성환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총리, 우리나라의 국시가 반공입니까?”라는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의원석에서는 “무슨 소리야?”라는 고성이 터졌다. 이어 유성환은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한 마디로 그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에도 불구하고 구속까지 당해야 했다. 이른바 유성환 국시론 파동이다.


통일 보다 반공이 우선되던 시대, 통일은 “오라”가 아닌 “이루자”여야 했고, “이 나라 찾는”것이 아닌 “이 나라 살리는” 것이어야 했다. 좌우익의 극한 대립 속에서 조국의 진정한 독립을 꿈꾸며 ‘우리의 소원’을 써내려간 안석영 선생이 자신의 노랫말이 남과 북의 대립을 조장하는 의도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떠한 심정이었을까? 아마도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평화통일을 지향하고(제4조)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제5조). 헌법은 통일은 전쟁을 수반하지 않은 평화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은 이승만 정권 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을 통일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반공이 통일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통일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는 헌법을 무시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지난 6월 16일 14시 50분경 북한은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남한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였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몇몇 단체들은 수 년 동안 군사 분계선 인근에서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을 북쪽으로 날려 보내는 행사를 진행해 왔다.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자신들 정권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전단을 날려 보내는 행동이 북한에 모욕적인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는 단체들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상황으로까지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정부의 강력한 단속 경고에도 지난 22일 밤 다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한다. 이들은 아직도 반공이 통일을 압도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통일이 “이 나라 살리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이 나라(를) 찾는” 것인 시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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