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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위공직자 가족, 최소한의 ‘국민정서법’ 지켜야

외무부 장관 배우자 요트 여행 출국…‘비판’ 마땅

  • 등록 2020.10.06 05:56:43
  • 13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일이 논란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특혜 논란으로 한껏 예민해진 민심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주무 부처 수장 가족의 일탈 행위를 편안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고위공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러나 코로나 비상시국이라는 이유로 자유를 억제당하고 있는 일반 국민의 처지를 헤아려야 한다.

 

강 장관의 남편 이일병 명예교수는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교수는 요트 구매 및 여행계획을 수개월 전에 자신의 공개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블로그에 ‘요트를 구입해 미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적고 있다. 이 교수가 구매예정이라고 밝힌 ‘캔터 51’ 요트는 요트제작업체 캔터가 만든 51피트(약 15m) 길이의 항해용 요트로 최소 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가 출국장에서 만난 언론사 기자에게 한 국민 정서와 어긋나는 말들이 호사가들의 입줄에 오르내리면서 논란이 정치권까지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교수는 출국 직전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강 장관은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국민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만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강 장관 배우자의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한 출국 논란은 정치권 안팎에 많은 논란을 파생하고 있다. 국민의 해외여행을 억제하고 있는 장관 가족이 정책에 역행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내놨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정의당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실정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데, 단지 장관의 가족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죄악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방역 관점에서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차제에 당국이 정한 방역기준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병역특혜 논란이 그렇듯, 이 문제 역시 ‘국민정서법’이라는 불문율에 정면충돌하는 공직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민심이 문제다. 언젠가 구분이 명확해지고, 상식이 바뀌기 전까지는 달리 해석할 여지란 없다. 군 복무 중인 유력인사 아들이 카톡으로 휴가연장을 신청하고, 국민을 향해 해외여행 자제를 호소하는 장관의 배우자가 요트 사러 비행기 타는 일을 지켜보는 국민 정서는 아직, 그리고 당분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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