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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대 가겠다’는 BTS, 더는 오염시키지 말길

병역특례 놓고 정치권 ‘숟가락질’ 장난 천박해

  • 등록 2020.10.12 06:30:46
  • 13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페이스북에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그들의 팬클럽 ‘아미’를 언급하며 “그들의 뜻은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인 공정이라는 가치에 더없이 부합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이 한국 대중음악(케이팝)의 신화를 쓰고 있는 BTS의 병역특례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견해를 쏟아내는 데 대한 비판적 소감이다. 유명세를 이용해 숟가락을 얹으려는 얄팍한 속셈으로 인기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은 자중해야 한다.

 

이재명 지사는 ‘BTS만큼 멋진 아미를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모든 남성에게 있다. 권력과 군 면제가 비례하는 사회를 보며 우리는 얼마나 큰 박탈감에 빠졌나. 아미는 군 복무를 회피하지 않고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상기했다. 이 지사는 “이런 팬을 둔 BTS는 참으로 행복할 것 같다. 아버지뻘 아저씨가 한 수 배운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며칠 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방의 의무는 사명이지만 모두가 반드시 총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BTS 병역특례 문제의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6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BTS에게 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빌보드 1위로 1조7000억 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냈고, 국위 선양 가치는 추정조차 할 수 없을 정도라는 논리다. 그러나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본인들이 병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이미 수차례 밝혔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상황을 요약하면, BTS 본인들은 국민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하는데도, 그들의 병역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려는 천박한 속셈을 지닌 일부 정치인들이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셈인 것이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해외에 머물던 아랍국 유학생은 서로 조국으로 가지 않으려고 숨어들었다. 하지만 미국 내 이스라엘 유학생 8000명을 비롯해 유럽과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공부하던 유학생들은 서둘러 조국을 향해 달려갔다. 우리에게도 자랑스러운 역사가 없는 게 아니다. 6·25 한국전쟁 당시 일본에서 학업 또는 생업에 종사하던 중 자발적으로 참전한 재일학도의용군은 642명이다. 그들은 인천상륙작전, 장진호 전투 등 여러 전투에서 총 135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연평도 피격사건 이후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에서 전국 중·고생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씁쓸하다.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참전한다(혹은 돕는다)’는 대답이 19.5%, ‘해외로 도피한다’는 응답이 58.1%로서 도망치려는 사람이 과반수로 나타났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 청소년들이 좀 달라졌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생각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귀족 계급은 따로 없어졌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나 그 후손들이 노블레스일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이, 고위층들이 스스로 나라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 앞장서는 풍조가 확산돼야 한다.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날로 험악해지는 국제정세에 올바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BTS를 더 이상 유치한 욕심으로 흔들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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