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1 (일)

  • 흐림동두천 24.1℃
  • 흐림강릉 28.2℃
  • 흐림서울 24.0℃
  • 흐림대전 27.3℃
  • 구름많음대구 29.1℃
  • 구름많음울산 29.5℃
  • 구름많음광주 27.8℃
  • 구름조금부산 29.0℃
  • 구름많음고창 28.6℃
  • 흐림제주 31.1℃
  • 구름많음강화 24.5℃
  • 흐림보은 26.1℃
  • 구름많음금산 28.5℃
  • 흐림강진군 26.5℃
  • 구름많음경주시 31.0℃
  • 구름많음거제 27.7℃
기상청 제공

[사설] 북한 열병식…‘위협’과 ‘기회’ 모두 대처해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분열적 사고가 가장 위험

  • 등록 2020.10.13 06:00:00
  • 13면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김정은의 연설 모두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신형 다탄두 ICBM(대륙간 탄도탄)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공개됐다. 남한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들도 수두룩하게 나왔다. 그러나 김정은은 연설에서 인민들에게 ‘미안하다’며 펑펑 울었다.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며 남북대화도 강조했다. 우리는 국방력 강화와 남북대화 그 어느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위협’과 ‘기회’에 모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북한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김정은이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고맙다” “감사하다”고 12번이나 말하고 “면목이 없다”며 자세를 낮췄다. 김 위원장은 이어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낸다.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잡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김정은 위원장의 ‘사랑’ 한마디에 방점을 찍는다. 열병식이 있던 날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긴급 상임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신형 무기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는 따로 내지 않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2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 열병식에서 공개된 ICBM 등 증강된 무기는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남북이 다시 두 손 맞잡을 일을 기원한다’고 밝힌 건 남북관계의 숨통을 틀 수 있는 긍정적인 발언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이) 달라진 게 아니라 위협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북한이) 전 세계를 타격할 수 있는 신무기를 과시했는데 문재인 정권은 남북대화의 복원을 기다린다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발언을 했다”며 “적의 말을 믿지 말고 적의 능력을 보라는 것이 군사학의 기본인데, 적장의 말을 믿는 자는 죽어 마땅하다는 말도 있다”고 상기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의 군사력 문제마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마구 떠들어대는’ 확증편향 고질병을 드러내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정쟁 추태는 한심하다. 북한은 평화 쇼로 수년의 시간을 벌었고, 그 사이에 핵무기를 더욱 가공할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동시에 대북제재로 북한 인민들이 최악의 생활고에 빠지자 남한의 도움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핵 인질로 김정은의 처분만 기다리는 처참한 나라가 될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어서 지구상 최악의 통제국가 아래에서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을 구해내야 한다. 이 엄중한 사명 앞에서 흑백논리에 함몰돼 멱살 잡고 싸우는 일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 핵우산을 확실하게 빌려 쓰거나,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북한의 핵 위협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어졌다. 남북대화를 발전시켜서 평화를 담보해낼 마중물도 필사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에게 허여된 다른 수단은 없다.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제대로 하자. 낭만적 정치 논리에 빠져서 허우적댈 시간이 없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