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1 (일)

  • 흐림동두천 24.1℃
  • 흐림강릉 28.2℃
  • 흐림서울 24.0℃
  • 흐림대전 27.3℃
  • 구름많음대구 29.1℃
  • 구름많음울산 29.5℃
  • 구름많음광주 27.8℃
  • 구름조금부산 29.0℃
  • 구름많음고창 28.6℃
  • 흐림제주 31.1℃
  • 구름많음강화 24.5℃
  • 흐림보은 26.1℃
  • 구름많음금산 28.5℃
  • 흐림강진군 26.5℃
  • 구름많음경주시 31.0℃
  • 구름많음거제 27.7℃
기상청 제공

[사설] 중국 실체 일깨운 ‘BTS 수상 소감’ 시비 소동

덩치만 큰 소인배들의 나라, 한시도 마음 놔선 안 돼

  • 등록 2020.10.15 06:00:00
  • 13면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놓고 중국이 벌인 소동은 많은 감상을 남긴다. 중국 네티즌들은 BTS의 통상적인 인사말을 시비해 험악한 반응을 보였고,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까지 거들었다. 가공할 무역보복이 두려워 우리 정부는 물론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들까지 발 빠르게 몸을 사려야 했다. 이 시점에 우리는 잘못 보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 성찰해야 한다. 중국은 덩치만 크고 힘만 센 소인배들의 나라다. 한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BTS의 리더 RM은 지난 7일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한·미)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밴플리트상’은 한·미 친선협회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1992년부터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매년 수여하고 있는 상이다. 1950년 미 2군단장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제임스 밴플리트의 이름을 딴 상이기 때문에 BTS의 수상 소감은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문구를 문제 삼으며 “BTS가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BTS 때리기’는 아무리 보아도 우연한 트집 잡기라고 보기 어렵다.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이라고 부르는 중국이 참전 70주년을 맞아 자국민에게 민족·애국주의를 담은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오천 년 역사에서 한족이든 거란족, 몽골족, 만주족 등 북방민족이든 우리는 대륙으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받으며 살아왔다. 더욱이 불과 70년 전인 6.25 전쟁 때 압록강을 건너 쳐들어온 수십만의 중공군으로 인해 우리의 통일은 좌절되었다. 바로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은 2년 반이 지나서야 그것도 휴전으로 마무리되었다. 중공군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수많은 국군과 유엔군 장병들이 희생되었다. BTS의 수상 소감은 1자 1획도 잘못된 대목이 없다.

 

한국은 이제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중국에 무시당하고도 찍소리도 못하는 나라가 아니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 너무 저자세다. 지난 1991년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북한과의 단교 요청을 하지 않았다. 중공군의 6.25 참전에 대해 사죄하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2017년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막말을 했을 때도 우리는 가만히 있었다. 정부로서야 실용외교 차원에서 그럴 수 있다 쳐도 주한 중국 대사관 앞에 몰려가 반중 시위를 벌였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도 없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사대주의(事大主義), 특히 중국에 대해서 터무니없이 위축된 인식을 깨부술 때가 왔다. BTS를 걸어 생트집을 잡은 중국에 대해서 맹렬한 비판을 가한 건 국제여론이다. 정부를 비롯해 우리는 아무도 제대로 된 비판을 가하지 않았다. 중국은 끈질기게 한반도 북부가 진(秦)나라 때부터 중국의 영토였으며 고구려·발해는 중국 왕조의 지방 정권으로서 중국 역사에 속한다는 동북공정 역사관을 굳혀가고 있다. 지금 이렇게 어물쩍 넘어갈 때가 아니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