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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기범 폭로에 또 수사지휘권…‘검찰독립’ 치명타

피해국민 외면하고 ‘정치화’ 골몰, 결과에 책임져야

  • 등록 2020.10.21 06:08:04
  • 13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또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휘둘렀다. 추 장관은 19일 3개월 만에 또다시 라임 사건 등 5개 사건에 대해 한꺼번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금융사기 사건인 ‘펀드 사기’ 사건은 이제 완전하게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됐다. 사기 주범 김봉현으로부터 청와대와 여야 정치 권력, 검찰까지 연루됐다는 주장까지 나온 판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의혹을 잠재울 가능성은 희박하다. 독립적 수사팀에게 맡기지 않고는 해법이 없어 보인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 공문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 및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포함한 총장 본인, 가족, 측근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또다시 감행된 추 장관의 전격적인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술접대를 받은 검사 3명이 한때 모두 라임 수사팀이었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도 않았다”며 추 장관을 옹호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강단 있고 속 시원한 법무부 장관은 처음 본다. 응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런 걸 보면 추미애 장관이 검찰총장이고, 법무부 장관은 따로 있는 것 같다”고 각을 세웠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 역시 “저는 법무부에 검찰이 짓밟혔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내 권력이지만 내 맘대로 쓰냐. 더 모욕적인 건 사기꾼 편지 한 장에 검찰총장이 지휘권을 잃고 식물 총장이 됐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은 ‘남용’ 논란을 넘어서 그 동기의 적절성 문제가 더 심각하다. 금융사기범의 폭로에 단지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 법무부 장관이 움직여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것을 타당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범법자의 말 한마디에 정무직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 선상에서 배제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현저히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하나’라고 우겨도, 검찰은 이제 윤석열 검찰과 추미애 검찰로 완전히 두 쪽이 났다. 법무부 장관의 잦은 수사지휘권 발동이 입버릇처럼 되뇌고 있는 ‘검찰 개혁’과 대체 무슨 관련이 있나. 사기꾼 범죄자의 한마디에 휘둘리는 법무부가 ‘독립성’이 생명인 ‘검찰 개혁’을 외칠 자격이 있나. 영락없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이다.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은 정치화돼버린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의 향방에 조 단위의 금품을 날린 수많은 피해 국민의 목소리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생 모아온 전 재산을 순식간에 털린 투자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해법은 팽개쳐 두고, 사건을 악용해서 상대 정치세력 때릴 궁리에만 빠진 정치권의 흉악무도는 절망적이다. 지난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침이 마를 정도로 윤석열을 칭찬하던 똑같은 입에서 쏟아지는 험구들을 맨정신으로 들어주자니, 참으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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