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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장 후보 선정, ‘흑심 품은 쪽’ 망한다

‘유권무죄’ 청산…‘중립성’ 검증 핵심, 국민이 감시

  • 등록 2020.11.11 06:00:00
  • 13면

긴 시간 온 나라를 갑론을박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가시화돼가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은 9일 10여 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했다. 여당은 판사 출신, 야당은 검사 출신을 추천 후보 명단에 올렸다. 추천위원 7명이 5명씩 총 35명의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지만, 정치적 부담으로 고사하는 이들이 많아 최종 후보군에 들어간 이는 10명 안팎에 머물렀다는 후문이다. 공수처는 출범해야 한다. 이제 최대의 관심사는 여야 정치권이 과연 장담한 대로 불편부당하게 만들어낼 것인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 몫 추천위원 2명은 판사 출신인 권동주·전종민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 몫 추천위원들은 김경수·강찬우·석동현·손기호 변호사 4명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검찰 출신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 한명관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 3명을 추천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후보는 즉각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윗물부터 맑게 만들’ 역사적인 기구다.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의 모순된 시대를 청산할 귀중한 사법조직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조직구성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문자 그대로 중립성(中立性)이다.

 

진작부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대방에 대한 의심을 덕지덕지 쌓아놓고 있다. 사리사욕도 용렬함도 확증편향도 없는 ‘포청천’ 같은 유능한 인재를 찾아내는데, 어느 정도의 경계심은 나쁠 이유가 없다. 적임자를 찾기 위해서는 다각도 검증 절차가 해로울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가 ‘공수처’의 대의를 생각하지 않고 음험한 정치적 야욕으로 편향된 인물을 밀어 올리려는 모략을 꾸미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당분간 자기 정파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결국은 나라를 말아먹을 최악의 패착이 되고 말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는 척하면서 시간만 끌다가 유아무야 무효화시키려는 흑심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이달 안’이라는 시한을 제시하며 압박 전술을 쓰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급하다’는 이유를 무기로 끝내 공수처를 무소불위의 대통령과 여당의 친위대로 꾸미려고 한다고 의심한다. 일단 공수처 출범 절차에 들어가긴 했지만, 양측이 서로에 대한 의심을 버렸다고 볼 증거는 아직 없다.

 

공수처장 후보 검증에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 엄중한 일을 졸속으로 처리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서두르되, 철두철미하게 검증해야 한다.

 

공수처 출범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만약 공수처가 출범된 다음 국민으로부터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평가되는 순간, 곧바로 실패의 늪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정당성이 없이도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전근대적인 시대 논리란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런 불의를 용납할 어리석은 국민도 있지 않다. 여야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역사적 사명을 깊이 헤아려 그 어느 쪽도 ‘자기편 도깨비방망이를 만들려는 흑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밝힌 “중립적이고 공정하며, 강단 있는 처장이 필요하다”는 말의 순정한 어의(語意)에 백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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