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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지원 국정원장의 ‘문재인-스가 선언’ 추진 주목

양국 정치권의 ‘반일·반한감정 악용’ 적폐부터 청산을

  • 등록 2020.11.12 06:00:00
  • 13면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예방하는 등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1998년 한일관계의 짧은 황금기를 열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관여한 바 있는 박 원장은 이 선언에 비견되는 ‘문재인-스가 선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양국관계가 긴 불협화음 끝에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양국 정치권이 반일·반한감정을 악용해온 적폐부터 청산하는 것이 순서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이 올해 의장국을 맡은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고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협력할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즉각적인 성과와는 별개로 일단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일 양국의 최대 현안 과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로 인한 갈등이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을 위해 법원에서 진행한 심문서 공시송달절차 효력이 10일 발생했다. 법원은 다음 달 30일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돼 여차하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수도 있다. 앞서 스가 총리는 강제동원 배상판결 집행절차인 일본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를 중단하지 않으면 방한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박 원장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문희상 안’을 재차 논의했다. ‘문희상 안’이란 문 전 국회의장이 제안한 해법으로서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1+1+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제안을 말한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과 일본의 기존 주장에 배치되지 않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아이디어로 평가된다.

 

박 원장이 제안한 한일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문재인·스가 선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부통령 시절 한일관계에 깊이 개입한 바 있다. 그는 취임 후 한·미·일 협력 차원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의욕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이어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중진 김진표 의원도 여야 의원 10여 명과 함께 오늘 일본을 방문한다. 김진표 의원이 방일을 앞두고 아사히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문제 해결에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대로 유연성을 발휘해 절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일본은 문자 그대로 ‘멀고도 가까운 이웃’이다. 우리에게 늘 가해자로서 존재해온 긴 역사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국제화 시대에 애증(愛憎)이 얽힌 한일관계는 우리가 관리하기에 따라서 이해득실이 완전히 달라진다. 양국의 정치권들이 걸핏하면 민족 감정을 악용하는 폐습부터 끊어내야 할 것이다.

 

아베 시대가 지나가고 스가 시대가 왔음에도 긴장해야 할 요소는 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국제무대에서 틈만 나면 서로 할퀴는 관계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 새로운 발상으로 정상적인 관계로 회복해가야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의 의욕적인 시도가 소기의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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