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설] 공수처장 추천, 여당이 끝까지 야당 설득해야

야당 비토권 제거하면 ‘검찰개혁’ 명분 사라져

  • 등록 2020.11.24 06:00:00
  • 13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을 위한 추천위원회가 한 차례 무산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더 이상 공수처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판단으로 단독 추천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시도할 조짐이고,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보이콧’까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그래도, 민주당은 현 공수처법 입법 취지를 살려 끝까지 야당을 설득해 협조를 받아내야 한다. ‘야당 비토권’을 무리하게 제거하면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명분마저 붕괴될 수 있다.

 

공수처를 연내에 출범시키기 위한 여당의 목소리는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물론 대권 주자 최상위 반열에 올라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공수처 출범을 위한 여당의 강행을 종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낙연 대표는 23일 화상으로 최고위원회에 참여해 “법사위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해 달라. 공정, 정의, 미래 등을 위한 입법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마무리해달라”고 말해 공수처 출범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공수처, 이제 실행할 때’라는 글에서 “일부 야당의 발목잡기로 국민적 합의인 법(공수처법)이 시행될 수 없다면 갈 길은 하나, 바로 법 개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의 입장은 완고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는 야당의 동의 없이는 절대 출범할 수 없다’고 했는데 여당 사람들이 우리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괴물 공수처가 출범하면, 청와대와 권부 요직에 앉아 불법으로 이권을 챙기는 권력자들의 사건이 불거져도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가 버리면 그만”이라며 “권력형 비리의 쓰레기 하치장, 종말처리장이 될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비토권’을 남용한 국민의힘 추천위원들의 태도를 두둔할 이유는 전혀 없다. 국민의힘 추천위원들은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는 물론이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후보에게도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수처장 후보추천을 무산시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당의 관점에서 야당의 ‘발목잡기’가 갑갑할 수 있다. 현행 공수처법은 여야 중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뽑을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위공직자 7천여 명을 수사 대상자로 둔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확보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여야 합의로 후보를 추천하는 게 온당하다. 진통이 있더라도 공수처 설치의 정신과 그동안 국민에게 했던 약속, 설득 논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야당의 비토권이 보장돼 있어서 공수처는 절대로 정권 친위대가 될 수 없다”며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왔던 일을 망각하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친 언행 때문에 정부 여당이 추진하려는 ‘검찰개혁’이란 결국 ‘검찰 장악’ 음모의 다른 말 아니냐는 비판이 흐드러진 판이다. 공수처를 일방적 독단적으로 꾸리는 일은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려 의심을 사게 될 자살골이다. 국민이 진실로 원하는 공수처는 결코 그런 모습이 아니다. 당장 힘으로 눌러 무리하게 한다고 해도 그게 아주 그렇게 끝나지 않는 게 민심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