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1 (일)

  • 흐림동두천 21.7℃
  • 흐림강릉 28.9℃
  • 흐림서울 23.0℃
  • 흐림대전 25.0℃
  • 대구 26.4℃
  • 맑음울산 27.1℃
  • 광주 23.9℃
  • 흐림부산 27.3℃
  • 흐림고창 25.2℃
  • 구름많음제주 26.8℃
  • 흐림강화 22.7℃
  • 흐림보은 24.3℃
  • 흐림금산 25.8℃
  • 흐림강진군 23.7℃
  • 구름많음경주시 29.5℃
  • 흐림거제 26.0℃
기상청 제공

[사설] 국민의힘, ‘탄핵의 강’ 앞에서 또 한심한 내홍

두 전직 대통령 수감 ‘대국민 사과’ 놓고 싸움질만

  • 등록 2020.12.09 06:00:00
  • 13면

국민의힘이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대국민 사과’ 여부를 놓고 또 내홍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사과를 공언해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실행할 뜻을 내비치자 당내에서 거센 반발이 이는 양상이다. 김 비대위원장 혼자서 비쭉 사과에 나선다면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지지도가 오르는 등 조금 형편이 나아지자 또다시 집안싸움 고질병이 도지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6일 청년국민의힘 창당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국민 사과’는 국민의힘에 처음 올 때부터 예고했던 사항인데 그동안 여러 가지를 참작하느라고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당내 여기저기에서 태클을 걸고 나오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부터 “선거를 앞두고 굳이 우리 스스로를 낙인찍을 수 있는 얘기를 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도 하더라”라고 말해, 반대 의견을 간접적으로 표했다.

 

당 중진인 장제원 의원은 SNS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추진에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면서 “단 한 번의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은 사과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사과일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당이 아니다. 의원들과 당원들이 김 위원장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당 대변인인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나”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마저 전 정부 타령하시려는가”라고 힐난했다. 배 의원은 이어서 “김 위원장이 이번 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시겠다는 기사가 도는데 인지부조화로 아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 최다선이자 한때 친박이었던 5선의 서병수 의원도 “‘탄핵의 강’은 언젠가는 넘어가야 할 숙명이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과만이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사과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 기류에도 불구하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실행 의지는 강력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일각에서 사과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다’는 말에 “구애받지 않고, 내 판단대로 할 것”이라면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째 되는 날인 9일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것(대국민 사과)도 못 하면 내가 (당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배수진까지 치고 있어서 여차하면 분열 소용돌이가 확산할 공산도 크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이미 많이 늦었다. 지금이라도 실행하는 게 맞다. 사과가 민주당 2중대 선언이라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민심을 잘 모르는 그릇된 인식의 발로다. 최근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반작용일 따름이다. 고작 이 정도의 지지율 반등에 고무돼 민심을 오독(誤讀)하고, 쩨쩨한 권력다툼이나 벌인다면 이 나라 제1야당의 미래는 치명적이다. ‘고름이 다시 살 되는 법 없다’는 말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