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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주는 시련

 

 

 

코로나에 걸리거나 밀접 접촉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나 인터넷에 후기를 남겨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서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다. 확진자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병원에 입원한다. 무증상이면 보건소서 정해준 시설로 들어간다. 접촉자라고 보건소에서 연락받았다면 코로나 검사 후 자가격리해야 한다.

 

어른들에게는 일련의 과정들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확진이면 몸이 아플 수도 있으니 다른 차원의 이야기지만, 접촉자가 되어서 자가격리하는 거라면 생활하기에 조금 불편해도 못할 일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어른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다. 우리 반 학생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이들이 코로나로 어떤 일을 겪을 수 있지 끝까지 몰랐을 거다.

 

지난 달에 우리반 학생 A가 밀접 접촉자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스럽게 음성이라고 했다. 처음 학부모님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음성이니까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확진자와 학원 버스를 같이 탔는데 밀접 접촉이 되었다면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거 같았다. 집에서 가족들이랑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건 문제가 없겠지. 여기까지가 나의 상상력의 한계였다.

 

다음 날 학부모님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A가 온라인 쌍방향 수업에 참여하기 어렵겠다는 내용이었다. 아이가 방에 혼자 격리되면서 밤새 울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잠들었다고 했다. A는 늘 동생과 함께 잤었는데 갑자기 혼자 자는 게 너무 큰 충격이었다. 또, 왜 자신만 방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했다. 11살에게 자가격리는 갑작스런 시련이었다. 이후에 A와 다시 전화 통화를 했을 때는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해서 한시름 놨다.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주는 시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반 친구들이 올해 학교에서 생활한 날들을 세어보니 약 30일 남짓이다. 평소의 초등학교는 1년에 190일에서 192일 정도 등교한다. 이전과 비교해서 등교하는 날이 턱없이 줄었다. 12월에 들어서며 확진자 수가 급증했고 남은 등교일이 전부 다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30번 등교하고 한 해를 마감했다. 반 전체가 다 같이 학교에 온 날은 고작 16번이다. 아이들이 나중에 같은 반 친구가 누구였는지 기억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학년도 우울한 사정은 비슷하다. 6학년 친구들은 너무나도 가고 싶어 했던 졸업여행도, 졸업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6학년이 되면서 기대했던 여러 행사들을 하나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집에서 울었다는 친구, 코로나 검사받는 것이 무서워서 울었다는 아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일이 2020년이 끝나기 전 가장 하고 싶은 일인 아이들도 있다.

 

1년 동안 코로나가 아이들에게서 빼앗아간 걸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학교가 떠내려갈 것처럼 시끌시끌 벅적하던 점심시간의 운동장, 학교가 끝나면 어디선가 들려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삼삼오오 모여서 분식집과 문방구를 가던 모습, 체험 학습에 가서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는 일 모두가 사라졌다. 학교가 적막에 휩싸인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포기한 것들을 생각하면 따뜻해야 할 연말이 괜스레 씁쓸하게 느껴진다. 아침 인사로 신나게 손뼉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때로는 숨이 찰 때까지 달리며 신나는 체육시간을 보내던 그 시간. 기약이 없어진 시간들이 무척이나 그립고 소중하다. 이제 아이들도 언제쯤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냐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온라인 수업을 하던 도중 반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집 밖에 나간게 언제인지 물었다. 짧게는 며칠 전이었지만 길게는 학교가 폐쇄된 한달 동안 단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는 아이도 있었다. 초등학생처럼 어린 아이들이 코로나에 감염되는 주 경로는 학교나 학원, 집 등이다. 코로나 때문에 어른들도 힘든 시기지만 집 밖에 나가고 등교하는 게 꿈인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모두 잠시 멈춤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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