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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기행] 혁명과 노래 3편 ‘ 러시아의 녹두장군 스텐카 라진’

 

 

 

오월은 멀었는데 ‘임을 위한 행진곡’ 이 들린다. 노랫말의 모태가 된 시 ‘묏비나리’를 지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노동자, 빈민의 편에 서서 독재와 싸우고 통일 운동에 헌신했던 그의 족적이 노래의 장엄함을 더한다. ‘민중의 애국가’가 된 이 노래는 국경을 넘어 미얀마,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독재와 탄압에 맞서는 시위현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아이돌 가요처럼 한류를 만든 민중가요다.

 

2년 전, 홍콩시민의 범죄인 송환 법안 반대 시위 현장에서도 불렸던 이 노래를 두고 한 신문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시아 각국에서 불리는 스텐카 라진(Stenka Razin)’이라고 소개했다. 스텐카 라진도 낯선 단어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과는 또 무슨 관계일까.

 

스텐카 라진은 7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의 시위 현장에서, 더 멀리 가면 광복 전 독립군들 사이에서 불렸던 러시아 민중가요로 17세기 중반의 러시아 농민반란 지도자 이름이다. 우리나라 동학혁명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 같은 존재이기에 그를 기린 민중의 노래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도 비견된다.

 

러시아 남동쪽 국경지방인 카자크(Kasak) 부농의 아들로 태어난 스텐카 라진은 차르 폭정 하에 고통 받던 농민들 편에 서서 1만 여명의 대규모 농민군 항쟁을 이끌었다. 그러나 동지의 배신으로 체포되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처형 당한다. 분기탱천한 황제 지시로 산채 팔, 다리, 머리를 잘리며 죽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살아서 영웅, 죽어서 신화가 되었다. 영웅의 신화는 수많은 노래로 만들어져 퍼진다.

 

그 중 가장 널리, 오래 불리고 국경을 넘어 퍼져 오늘날까지 무대에 오르는 곡이 이 노래다. 그런데 노랫말 속에는 영웅 아닌 인간 스텐카 라진의 충격적 사연이 들어있다.

 

넘쳐 넘쳐 흘러가는/ 볼가강 물 위에/ 스텐카 라진 배 위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페르시아 영화의 꿈/ 다시 찾은 공주의/웃음 띤 그 입술에/노랫소리 드높다/ 동편 저쪽 물 위에서/ 일어나는 아우성/ 교만한 공주로다/ 우리들은 우리다/ 다시 못 올 그 옛날의/ 볼가강물 흐르고/ 꿈에서 깬 스텐카 라진/ 장하도다 그 모습

 

페르시아 영화, 다시 찾은 공주라니? 설명이 필요하다. 스텐카 라진을 믿고 봉기한 농민군의 세는 무섭게 불어나는데 이들을 이끌 식량,물자가 태부족했다. 반란군은 주변 국가까지 쳐들어가 전리품을 챙겨왔는데 그 과정에서 페르시아 공주를 인질로 끌고 온다. 문제는 스텐카 라진이 아름다운 공주에 혹해 사랑에 빠진 것.

 

이를 알게 된 농민군들의 분노는 당연지사. 정신을 차린 스텐카 라진은 볼가강 뱃전에서 강물 위로 공주를 던져버리고 전의의 칼날을 다시 세웠다나. 창졸지간 인질로 끌려가 황당하게 수장 당한 페르시아 공주의 삶은 거대영웅서사를 빛내는 소재로 쓰였다. 오늘날 같으면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노래리라.

 

우즈베키스탄 가수 안나 게르만(Anna German)의 노래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노래맛은 러시아의 베이스 가수 보리스 쉬토크로프(Boris Shtokolov)의 목소리가 좋다.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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