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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 칼럼]조민씨에 대한 언론 광기는 '악의 특별성'?

 

 

일반인인 조민씨에 대한 기성 언론의 낙인찍기는 무얼 뜻할까? 그 광기는 그저 하나의 미친 짓에 불과한 것일까? '조민 낙인찍기 현상' 이면에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을까?

 

일단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정반대 지점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나치 체제에서 유태인들을 죽음의 가스실에 몰아넣었던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에서 아렌트는 새로운 발견을 한다. 명령에 따라 악인 줄도 모르고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한 아이히만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라는 통찰. 그의 죄는 '무사유'였다.

 

그렇다면 의식적 '사유' 속에서 어떤 죄도 짓지 않은 유태인들을 낙인찍어 아이히만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죽이라고 명령한 이들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악의 평범성? 악의 특별성? 누구나 악의 특별성이라고 쉽게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의 특별성을 한국 사회에 대입하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특별한 소수의 특별한 악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요소들이 장막의 역할을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다원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열린사회란 점도 하나의 장막일 것이다. 그 형식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작용해 사물을 제대로 보는 것을 방해한다. 하지만 기성 언론의 가짜 뉴스가 가장 큰 장막 아닐까?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인 여론을 왜곡해서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악의 특별성을 가리는 근본 요소가 아니고 무얼까? 어쩌면 그 자체가 악의 특별성인지 모른다.

 

기성 언론이 지난 달 말부터 이달까지 조민 씨에 대해 보도한 것은 거기에 들어맞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일반인의 의사 고시 합격과 의사 인턴이 무슨 대단한 뉴스거리라고 생중계하다시피 했다. 보도 대부분은 "의사 면허 박탈하라", "인턴 취소하라" 등 근거가 없는 악의적 내용이었다. 심지어 중앙일보의 경우 논설위원인 안혜리씨가 칼럼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피부과 증원을 시차가 맞지 않는 조민 씨 인턴 지원과 연결해 정정보도 요청까지 받았다.

 

백 번 양보해서 지난해 12월 조민씨 어머니 정경심교수가 자녀입시비리혐의 등으로 받은 징역 4년형 1심 선고에 정치적 동기가 전혀 없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항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에누리없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야한다. 조민 씨에 대한 보도 대부분은 이 원칙에 위배된다. 사생활 보장과 직업선택의 자유, 인권 등 누구나 누려야하는 기본권마저 내팽개친 건 우연이 아닌 것이다.

 

기성 언론의 조민 씨에 대한 낙인찍기는 이처럼 목적의식적이다. 의도없이 가짜 뉴스를 남발하면서까지 일련의 행태를 연출할 수 있을까? 고도의 '사유' 속에서 행해진 '악의 특별성'은 '무사유' 속에서 행해진 '악의 평범성'과 악이란 점에서는 같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악의 평범성을 조종하는 악의 본령이기에 그렇다. 한나 아렌트가 살아 있다면 한국 언론의 악의 특별성에 대해 어떻게 명명할까? 나치즘의 변종이라고 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