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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칼럼] LH 사태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해야 할 일

 

 

1.

"어차피 한 두 달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일파만파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는 LH 땅투기 사건에 대해서, 해당 회사의 직원이 올렸다는 글이다. 이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이 조직의 구성원이 오랜 역사를 통해 체화(體化)시킨 일종의 확신이다.

 

해방 되기 4년 전인 1941년 ‘조선주택영단’에서 출발했다. 이후 ‘대한주택영단’으로 개명했다가 ‘대한주택공사’, ‘토지금고’, ‘한국토지개발공사’, ‘한국토지공사’ 그리고 2009년부터 현재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러한 80여년이 흐르는 동안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이 조직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민간 토지를 수용하고 그것을 건설업체에 불하하거나 직접 주택을 지어 공급하면서, 배후권력인 국토교통부의 힘을 빌린 한국 토건세력의 성층권으로 군림했다. 거래 업체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갑질로 유명했다. 선의의 토지 수용자들에게는 일방적 전횡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내·외부 개혁을 실행한 적이 없다. 위법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저 회사 사람들이 이번 사태도 '늘 그래왔듯'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거라며 유유자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철저한 조사와 수사의 동시진행을 지시했다. 그런데도 1차 조사 대상인 LH 직원과 국토교통부 공무원 가운데 46명이 개인정보 이용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을 아예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9일 경찰의 압수수색에서 LH 일부 직원의 집에서 ‘토지의 위치와 지목 등 개발 관련 세부 정보’가 담긴 지도가 발견되었다. 사내 기밀 정보를 외부로 빼돌려 투기를 시도했다는 상식적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증거다.

 

앞으로 이처럼 놀라운, 그러나 익히 짐작했던 비리가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엮여 나올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로서는 단순히 선거에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는 말조차도 듣기 지겨운 문구가 되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심지어 연루의혹 대상인 국토부까지 포함된 ‘정부합동전수조사’로는 어림도 없다. 대한민국 수사기관의 실력과 집념은 세계적이다. 못할 것도 안할 이유도 없다. 경찰, (그리고 아직까지 법률로 수사권이 존재하는) 검찰 등 가용한 수사기관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수사 범위를 LH와 국토부는 물론 여야 국회의원, 유관 부처 공무원, 사법부 등 기타 모든 관련 조직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공직자 투기는 삼대(三代)가 망하는구나”라는 절절한 후회를 뼛속까지 새기게 해줘야 한다. 철저한 사회적, 경제적 징벌을 가해야 한다. 공공정보의 유용과 사익 추구는 심장이 덜덜 떨려서 시도할 엄두조차 못낼 정도로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LH 직원이 했다는 저 말처럼 이번 사태도 그냥 '물 흐르듯이" 지나갈 것이다.

 

3.

그 모든 조치에 앞서 문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있다. LH 전 사장으로 이번 사태의 핵심 배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내일이라도 청와대로 불러야 한다. 준엄한 질책을 거쳐 즉각 파면해야 한다.

 

그런 다음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태에 대한 발본색원 계획을 국민 앞에 직접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영이 선다. 대통령의 결심을 국민들이 믿을 수 있다. 이 같은 충격 요법을 실행하지 않으면 LH 내부 비리집단, 여당, 야당, 관료조직 내 투기세력들과 문대통령의 본심 자체를 갈수록 분리시키기 어려워진다. 나중에는 결국 모두가 뒤엉키게 된다.

 

지난 시절, 김영삼 정부의 몰락이 시작된 도화선은 1996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실행된 ‘노동법 날치기 통과’였다. 지금 LH 사태가 불러온 국민적 분노의 넓이와 깊이는 결코 그보다 못하지 않다. 민심이 격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마음이 변치 않았던) 문재인 정부 적극 지지자들조차 비판의 대열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 그러니 부디 이 절박한 경고를 흘러 듣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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