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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권 후진국’ 증후군, 이율배반 살피고 반성해야

‘외국인 강제검사’ 인종차별 망신…미국만 탓할 일 아냐

  • 등록 2021.03.24 06:00:00
  • 13면

미 애틀랜타에서 한 미치광이의 총기 난사로 한인 여성 4명 등 아시아인 6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반아시안 증오범죄’로 받아들여지면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시끄럽다. 미주 한인사회는 물론이고 한국계 스타들, 미 정치권 아시아계 의원들이 중심에 서고 있다.

 

그런데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고를 놓고 미국의 ‘반인권’을 마냥 비난해서는 안 될 참괴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2일 이주노동자에게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강요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명령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이주노동자만을 분리‧구별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강제한 일부 지자체 행정명령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조처”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및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인권의 원칙에 기반해 비차별적으로 방역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노동·주거환경을 개선해 이주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방역 환경은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외국인들 모두를 잠재적인 감염자로 모는 야만적인 행정이 버젓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는 애틀랜타 사건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이 사건과 같은 범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인종차별적 ‘외국인 코로나 강제 검사’ 횡포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뒤통수가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8일부터 보름간 강제 검사 명령을 내린 경기도의 경우, 시한인 22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검사소가 온종일 북적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기도는 나아가 진단검사를 받지 않으면 취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18일 이를 철회했다. 대구시, 강원도, 전라남도 등도 유사한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지난 17일 서울시는 시내의 사업장에 외국인 노동자를 1인 이상 고용한 사업주와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 모두에게 오는 31일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놨다. 그러자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서울시에 재고를 요청하고, 유럽 30개국 대사들이 외교부에 ‘강한 우려’를 표하자 황급히 꼬리를 내려 19일 철회했다. 외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검사 강제’를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검사 권고’로 바꿨다.

 

코로나는 잡히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의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당국의 고충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년간 살아온 외국 기업인을 포함해 무차별적으로 진단검사를 강제한 것은 섣부른 결정이었다. 한국은 인종 혐오 범죄를 규탄하면서도 정작 국내 외국인 인권을 무시하는 ‘이율배반’의 나라로 지탄받게 생겼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이렇게 글로벌 스탠더드인 자유, 인권, 소수자 보호 등에 소홀한 천박한 권력이 가볍게 행사돼선 안 된다. 이 기회에 국민 사이에 은연중에 번져 있는 무심한 인종차별적 정서까지도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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