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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칼럼] 배는 그것을 띄우는 바다를 욕할 수 없다

 

 

1.

기적은 없었다. 충격적인 것은 단순히 패배의 외형이 아니라 내용이다. 부산 시장선거의 경우는 거의 더블 스코어로 졌다. 이번 선거는 극우정당의 대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대 패배인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역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른바 MB의 정통 후계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정부와 민주당이 싫어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나온 사람들은 반대정당에 몰표를 던졌다.

 

탐욕이 승리한 선거라고 평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는 언론과 검찰이 문제라고까지 말한다.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 돌리는 시각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과 청와대에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에 실망하고 분노한 철저한 응징 투표였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적 거부에는 백약이 무효였던 게다.

 

지난 지선, 대선, 총선과 비교해서 가장 극적인 민심이반이 일어난 곳이 2, 30대 청년 계층이다. 특히 20대 남성 유권자의 경우 70퍼센트 이상이 국민의힘 후보에 표를 던진 걸로 나온다. 서울과 부산 모든 지역구 단위에서 처참한 패배는 청년층의 이 같은 투표 결과로 봐야 한다.

 

2.

선거 전 여론조사를 통해 이미 명백한 원인이 예고되었다. 2, 30대 분노 투표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 것은 부동산 폭등 문제였다. 그 누적된 비판의 폭약에 LH사태가 도화선을 그은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와 이에 따른 유동성 폭발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간 부동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다. 증여나 유산을 통한 주택 취득이 불가능한 대부분 청년층의 경우, 평생을 악착같이 저축한다 해도 현재 집값은 도저히 도달 불가능한 성층권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집"이 차지하는 집단 심리적 중요성은 접어두자. 자가(自家) 구입은 언감생심, 미친 듯이 오른 전월세 부담이 주는 경제적 압박이 심각지경을 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부동산 폭등의 근원은 전임 정부에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안정적이다.” 이런 말이 좌절하고 절망한 20, 30대에게 대체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오히려 화를 돋우고 박탈감만 줄 뿐이다.

 

나는 앞으로 정부여당이 20, 30대 문제 그리고 그들의 분노와 직결된 부동산 문제 해결에 성공하지 못하는 한 다음 대선도 어렵다고 본다. 특히 주택임대사업자 특혜 조치 문제를 주목한다. 우리나라 상위 30명 주택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주택 총 숫자가 1만 1천 채를 넘는다. 평균으로 따지면 한 사람당 370여 채다. 사정이 이럴진대,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보유 주택이 공시가격 6억 이하인 경우 100채가 되든 1,000채가 되든 종부세는 0원이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 는 대원칙은 근대사회를 만들어낸 정치경제적 등뼈였다. 그럼에도 지대 이윤에 따른 저 압도적인 불로소득을 방치하는 것을 어떻게 경제정의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수많은 학자, 정치인, 시민들이 입을 모아 임대사업자 특혜를 없애고 엄격한 과세를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 조치가 박근혜 시절 시작되었다 해도, 현 정부 들어와 오히려 임대사업자 혜택이 더욱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본다.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징하듯, 분배와 노동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타협과 경시 또한 비판의 매를 맞아도 싸다. 한마디로 기득권 혁파를 열망하는 촛불혁명의 초심을 잃은 것이다.

 

3.

문제는 지금부터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혁명적 정책 전환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이번의 참패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당의 일부 반응을 보면 왜 이렇게 패배를 했는지 감을 잡지 못하는 듯 보인다.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주요 원인으로 기울어진 언론의 운동장 탓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보수 언론이 언제 편향적이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지난 3번의 큰 선거에서 언론지형이 우호적이라서 그렇게 연속 승리를 했던가. 불 보듯 훤한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기 두려운 것이다. 회피하고 부인하고 싶은 심리의 소산이라 본다.

 

걱정되는 것은 민주당 내 일부 그룹이 지지율이 하강하는 정권 말기에 대거 타협적, 기회주의적으로 변신한 역사가 있다는 점이다.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당 내에서 벌써 개혁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모양이다. 개혁적 초·재선에 대한 비판 의견이 스물스물 기어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제일 지지율이 견고하고 높았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해야 한다. 수십 년 간 누적된 기득권 적폐에 대한 가장 강력한 개혁의 기치를 들었을 때라는 것을.

 

서울과 부산시장 모두 어차피 1년 2개월짜리 임기다. 매를 일찍 맞은 게 다행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뼈를 깎는 반성과 와신상담이 있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 위험이 있는, 격앙된 민심을 달래야 한다.

 

배가 그것을 띄우는 바다를 어찌 욕할 수 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어찌 농부가 땅을 욕하고 책임을 돌릴 수 있겠는가.

 

다시 한 번 근원적 개혁의 신들메를 고쳐 매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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