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출국 이란은 부자다. 그러나 이란엔 가난한 사람들이 참 많다. 아이러니다. 토크빌이 1833년 영국을 방문하고 부자 나라에 웬 가난한 사람들이 이리 많냐며 깜짝 놀랐던 장면을 떠올리면 이 상황이 좀 이해가 갈까. 아무튼 이란의 불평등은 정책의 실패. 국가의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 8500만 명, 이 중 3분의 2는 도시에 거주한다. 인플레이션도 늘 존재한다.
이란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러니 국가의 원조를 받지 못하고 소외된 채 사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공적원조는 대부분 에너지, 밀가루, 우유, 식용유, 설탕을 사는 데 필요한 보조금 정도. 이 중 에너지 비용은 보조금의 약 90%. 국내 총생산의 30%였다. 이는 과도한 에너지 사용과 밀수를 조장했다. 게다가 에너지 보조금의 70%는 상위 30%에게 돌아갔다. 1인당 식량 소비는 모두 비슷한데 에너지 소비는 상위 10분위가 하위 10분위보다 5배 더 많았다.
이란 정치인들은 이러한 불합리한 정책을 바로잡아야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지도자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다행이 라프산자니(Rafsanjani) 정부(1989–97)와 하타미(Khatami) 정부(1997–2005)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의회의 강한 반발로 불발에 그쳤다.
2008년 6월 23일 아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 대통령이 칼을 뽑아 들었다. 그는 환경을 보호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해 세재, 관세, 은행, 보험 등의 개혁과 함께 휘발유, 전기, 식료품 보조금 대신 전 국민에게 현금을 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때 그는 가난한 시민들을 초대해 그들의 경제사회학적 상황을 설문조사해 자료를 모았다. 하지만 특권층들은 이 개혁에 저항했고 하는 수 없이 개혁안은 수정돼 채택됐다.
그리고 2010년 가을 이란정부는 에너지와 식료품 보조금 대신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배당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44만5000레알(reals)을 각 개인 계좌로 매월 입금시킨다. 이 금액은 2800만 이란인의 월 지출액 보다 많고, 비숙련노동자 월급의 10%에 육박한다.
이란의 이러한 기본소득은 빈곤율을 감소시키는 데 상당히 공헌하고 있다. 2002년에 0.44였던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가 지금은 0.399다. 지니계수가 0.4 이상이면 그 나라의 소득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이란의 소득불평등은 적신호를 벗어난 상태다.
이란의 기본소득은 세계 최초의 보편 기본소득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전 인구의 95%인 7500만 명이 기본소득 대상이고 노동과 무관하다. 지금까지 세계의 기본소득을 살펴보았지만 이처럼 전국 단위로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나라는 없었다. 물론 알래스카 주도 이란처럼 주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현금을 배당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양쪽은 차이점이 있다. 전자는 전국이, 후자는 지역이 단위다. 또한 재외국민들이 받는 소득 수준도 다르다. 이란이 알래스카보다 더 높다. 이란의 경우 아이들이 받는 수급액과 어른들이 받는 수급액이 같다는 점도 차이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이러한 이란의 경험을 보조금 정책 개혁의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한계는 있지만 기존 정책들을 개혁하면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리더의 강력한 의지다. 결국 기본소득의 시시비비는 재원보다 위정자들의 의지가 관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