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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본소득 재원 마련이 최대쟁점

기본소득 세계는 지금⑰

 

 

일본이 기본소득제에 관심을 갖은 건 최근. 2001년 사회학자 다케가와(武川 正吾)는 학생들이 기본소득을 공부할 수 있도록 ‘사회정책 교과서’를 출간했다. 그러나 처음 5년간,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한 정책이 아니라 유토피아적 발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2006년 이후부터 상황은 반전해 기본소득제 연구가 활발해졌고, 2010년까지 출판된 논문은 108개나 됐다. 특히 야마모리(山森 亮) 교수는 《기본소득 입문(ベーシック・インカム入門)》을 출판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금상첨화로 2010년 “기본소득 일본네트워크(BIJN)”가 창설됐다. 이때부터 일본 정치권은 기본소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2010년 참의원선거에서 신당일본(新党日本)이 처음으로 기본소득을 거론했고, 모두의당(みんなの党)은 기본소득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기초연금과 생활보호수당을 통합한 미니멈 인컴’을 공약했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정치적 어젠다로 크게 부각된 것은 2017년 중의원선거. 동경 도지사 고이케(小池 百合子)가 이끄는 희망당(希望の党)이 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여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를 기본소득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모두의 당과 신당일본 역시 기본소득을 공약했고, 일본 사민당과 공산당은 불평등 시정을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일본 우파정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여론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일본의 교육문화에 강하게 영향을 받아 기본소득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상황은 급회전하고 있다. 스가(菅 義偉) 총리의 경제고문 다케나카(竹中 平蔵)가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나섰다. 다케나카는 모든 일본인에게 매월 7만 엔(약 7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기본소득제가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고 정보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4~5년 안에 기본소득을 실시하자고 스가 총리에게 건의하고 있다.

 

이러한 다케나카의 기본소득안을 일부 경제학자들은 대환영한다. 동경 코마자와대학(駒澤大学)의 거시경제학 교수 이노우에(井上 智洋)는 “인공지능 등의 개발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중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설상가상이다. 현시점에서 기본소득과 같이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치료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역시 재원이 관건이다. 다케나카는 기존의 공공복지수당을 줄여 기본소득 비용을 충당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나 사회보장제도 전문가들은 “일본 국민들이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줄여가면서까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와연구소(大和研究所)의 간다(神田 慶司) 경제학 박사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원한다면 기존의 사회보장제도와 퇴직연금제를 당장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본인들의 이해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간다 박사는 이러한 개혁을 단행하지 못한다면 증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다케나카식 기본소득이 실시되려면 일본은 매년 100조 엔이 필요하고, 이는 복지 및 공적연금과 같은 사회보장비의 80%를 차지한다.

 

일본 우파정부의 이 같은 기본소득제 제안은 필시 청신호다. 다만 재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남아있다. 일본정부가 제시하는 안은 자유주의적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에 좌파나 일본 국민들은 과연 동의할 것인가. 기본소득은 한 가지 모델만으로 결코 밀어부칠 수 없다. 개념을 정립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해 국민과 협의해 최종안을 도출해야 한다. 기본소득, 안심소득을 이야기하는 우리 정치인들은 이점을 얼마나 고려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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