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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만의 한국 럭비, 올림픽 첫 무대 첫 득점 ‘인천의 아들’ 정연식

 한국 럭비가 98년 만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강호 뉴질랜드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득점을 올렸다. 이 순간을 ‘인천의 아들’ 정연식 선수가 그려냈다.

 

오른 손으로 공을 꽉 움켜쥐고, 혹여 떨어질까 가슴으로 품고 달린 30m. 100년 가까이 기다린 끝, 5초 동안의 질주를 정 선수는 어떻게 기억할까.

 

5전 전패, 29득점 210실점, 12개 팀 가운데 최하위인 12위. 1923년 국내에 럭비라는 스포츠가 도입된 후 약 100년 만에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럭비 대표팀의 성적표다. 초라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 럭비의 현실을 아는 이들은 올림픽 출전한 자체가 드라마였다고 입을 모은다.

 

럭비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비인기 종목이다. 그만큼 지원도 열악하다. 실업팀은 한국전력공사, 포스코건설, 현대글로비스 등 단 3곳. 올림픽 출전이 기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 선수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천의 아들이다. 럭비명문인 인천기계공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현재 소속팀 현대글로비스도 인천이 연고지다.

 

100m를 11초 3에 주파할 정도로 발군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정 선수는 대학교 1학년 때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될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다음은 정연식 선수와 일문일답.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소감은

 

올림픽 하나를 위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땀을 흘리며 열심히 준비했는데 막상 올림픽이 끝나니 허무하기도 하고 많이 아쉽다.


끝나고 나서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전패를 기록했는데 아름다운 꼴찌라고들 많이 불러주신다. 결과를 떠나서 저희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흘렸던 노력과 땀을 생각해 주시는 말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첫 올림픽 첫 트라이 득점에 성공했을 때의 기분은


뉴질랜드는 쉽게 축구로 예를 들면 브라질, 스페인, 독일 같은 강팀이다. 럭비를 하면서 정말 동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던 뉴질랜드를 상대로 득점을 하니 정말 얼떨떨하기도 하고 짜릿했던 것 같다.

 

사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득점을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패스를 받아 트라이 득점을 성공시킨 것 같다. 경기 끝나고 나서도 그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영상을 다시 한번 보면서 내가 어떻게 득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들 득점을 못 할 거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고 내가 득점을 성공하니 감독님도 무척 당황하셨다고 들었다.


 럭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조금 가볍게 시작했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시기였던 중학교 때 학교 두발 규정이 엄격했었다. 두발 자유를 준다는 선생님의 달콤한 권유로 럭비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고 적성에도 잘 맞았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선수들이 몸과 몸으로 부딪히는 거침과 남자다움이 있고 득점 장면에서 빠른 스피드로 독주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진지하게 시작하진 못했지만 이제 럭비는 내 인생에 있어 전부다. 럭비를 하면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저 재미있고 즐겁다.


 2년 동안 일본 톱리그 히노 레드 돌핀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는데, 한국럭비와 다른 점은

 

일본럭비 등록선수는 10만 명 이상이다. 단순하게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100배가 넘는다. 또 톱리그에만 16개 팀이 있고 세계적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는 등 아시아 럭비 강국이다.

 

2년 동안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시스템과 체계적인 환경속에서 시합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을 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축구나 야구처럼 럭비가 인기 종목이다.

 

국내의 경기에는 선수들 가족이나 지인들이 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은 수많은 관중들이 럭비를 즐기며 응원한다.


또 한국과 달리 유소년 시절부터 럭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아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럭비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원팀이다. 그 중심에 주장 박완용 선수가 있다. 주장인 박 선수는 ‘하나가 되면, 하나가 되는 순간 정점으로 간다’는 슬로건을 강조해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쳤다.


가까운 일본을 예를 들면, 일본 선수들은 시합 이외 시간에 일본자국 선수들과 용병(귀화한)선수들이 따로 다닌다 .그에 반해 우리는 항상 붙어다니고 장난도 많이쳐 선수들의 성격뿐만 아니라 습관까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장안에서도 이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 미리 예측이 가능하다. 물론 오래 손발을 맞추고 경기하다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지만 우리는 모여서 운동한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에 비례한다면 정말 강점이라고 꼽을 수 있다.


 대한민국이 럭비 강국이 되려면 
 
럭비는 비인기 종목이 아니라 ‘비인지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알고 보면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고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스포츠가 바로 럭비다. 대중적으로 럭비를 알리려면 저변확대가 제일 절실하다.

 

점점 럭비를 시작하는 사람도 적어지고 학교도 많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유소년 시절부터 럭비를 경험할 수 있게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팀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팀이 많아지면 국내 리그 경기 수도 늘어나 럭비라는 스포츠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활성화돼 럭비의 인기도 많아질 것이다.


 럭비 대표팀 선수로서 이루고자 하는 꿈과 목표가 있다면
 
이번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이었지만 관중이 없는 거에 이제 익숙해졌다. 국내 시합을 많이 해서 럭비라는 종목을 더 대중적으로 알리고 언젠가 상대 골문에 득점을 성공하고 꽉 찬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합들이 많다.  일단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럭비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기여하고 싶다.
 

 끝으로 럭비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들께
 
올림픽을 통해 많은 분들이 럭비를 처음 접하셨을텐데 정말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럭비의 존재를 알릴 수도, 경기를 보여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럭비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중들이 럭비에 대한 관심이 조금 생겼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생긴 럭비에 대한 관심이 반짝하고 끝나지 않길 바라며 한국 럭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니까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글 = 이재민 기자, 사진 = 대한럭비협회·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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