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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4대 전통의 오산 할머니 집

 

오래 전부터 오산지역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설렁탕집(소머리국밥집)인 '오산할머니집'은 70년 된 식당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옛날 질박한 뚝배기에 뽀얗게 우러난 장터 국밥은 바로 우리 전통시장인 5일장의 대표적 먹거리였다.

 

장 보러 나온 이웃 마을 사람들과 오산지역 주민들이 5일에 한 번 나와 물건을 흥정하는 오산장(烏山場)에 나온 김에 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 한 잔 들이키면 허기진 속을 채워진다.

 

여기에 입담 정겨운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묵직한 욕 한 사발 덤으로 마실라치면 어느덧 시골집 멍석에 앉아 정겹게 농치며 먹고 마시던 영락없는 시골 잔치 집에서 먹던 국밥이다.

 

오산장이 처음 문헌에 나타난 것은 1753년 이중환이 쓴 '택리지(擇里志)'에 나타나는 오산장(鰲山場)이다. 택리지에 오산장이 3일과 8일에 열린다고 기록돼 있는데 문헌상 이 기록이 최초이며, 실제로는 그 이전 오래전부터 장이 열렸을 것이다. 이 오산장의 위치에 오매(烏梅)장터라는 새 명칭으로 오산장 역사를 잇고 있으며 현재 재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오산할머니집은 이 오매장터 진전골목에 있었다. 음식은 마음과 정성이 깃들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식당만이 오랜 세월 살아남아 역사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오산할머니집은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말인 1943년쯤에 1대 이일봉 할머니 때 '신진옥'이란 상호로 식당을 연 뒤 며느리인 조명분(1903~1987) 할머니가 2대 할머니로 이어받아 본격적인 오산할머니집 부흥을 이뤘다.

 

이때 상호도 1970년대에 '오산할머니집'으로 바꿨다. 조 할머니는 음식 솜씨는 물론, 대쪽 같은 성품의 소유자로 걸쭉한 입담과 친근하면서도 회초리 같은 욕을 섞어 단골들을 휘어잡았다.

 

사람들도 할머니의 이러한 입담과 욕을 구수하게 받아들이는 정감 있는 식당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어 조 할머니로부터 며느리 송옥순 할머니(3대)가 물려받아 운영해 왔고, 최근에는 그 며느리인 박명희 여사가 4대째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

 

 

오산할머니집은 설렁탕이 주 메뉴이다. 설렁탕의 주재료인 소머리는 매일 인근 도축장으로부터 신선한 고기를 받아 준비해 놓기 때문에 묵은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국물도 그날 들어온 사골과 머리뼈를 8시간 이상 정성을 들여 고아서 만든다고 한다. 옛날 방식 그대로 우려내고 있다. 4대째 한결 같은 정성을 담아 설렁탕을 만드는 오산장의 깊은 역사와 함께 하는 맛집이다.

 

특히 2대 할머니인 조할머니의 욕은 ‘욕쟁이 할머니’란 별명으로 소문이 자자해 '오산할머니집'은 몰라도 욕쟁이할머니가 경영하는 설렁탕집, 이 정도로만 알고도 찾을 수 있는 식당이었다.

 

3대 할머니 송옥순 할머니에 따르면 “욕하는 것도 재주지, 욕도 구수해서 모두 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정도의 친밀감으로 여겼지. 욕을 듣지 못하고 가면 할머니와 가깝지 못한 것으로 여기기도 했어. 손님들은 모두 욕은 단골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지. 좋은 시절이기도 했어. 그런데 나는 욕을 한마디도 할 줄 몰랐지. 그래서 여느 손님들은 우리 어머니를 꼭 찾아 물어 보았어. 욕을 같이 먹지 못하고 가니 허전하다고….”

 

 

1970년대에는 수렵꾼과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 줬고, 1980년대에는 일요일이면 이 지역 근처에 골프장이 많아 골퍼와 캐디, 갤러리들이 많이 찾았다.

 

이러한 영업도 요즘에는 뜸해지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영향도 받고 있는데다 오산시와 인근 지자체에 넓게 상권이 형성되면서 옛날보다는 영업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단골들은 꾸준히 찾고 있으며, 4대에 걸쳐 70년을 이어온 오산할머니집 설렁탕 전문점은 변함없을 것이며, 비록 1대 이일봉 할머니와 2대 조명분 할머니는 유명을 달리하셨지만 3대와 4대를 이어서 계속 이어갈 것이다.

 

[ 경기신문 = 지명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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