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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기름개구리

 

 

요즘 영화 오징어 게임이 인기이다.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서로를 죽여야만 얻을 수 있는 현실 같지 않은 현실 같은 영화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게임에서 사람들은 목숨은 걸고 도박을 한다. 시작에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감독은 잘 알고 있는 듯 첫 번 째 게임에서 과반수가 무모하게 죽임을 당한다. 죽음으로 보여준 경험은 뒷사람으로 하여금 징검다리가 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독식을 하게 되는 결말이다.

 

고향에서 겪었던 극한 상황은 오징어 게임과 다르지 않다. 그때가 1990년대에 시작된 ‘고난의 행군’이라는 판타지가 현실로 있었던 때이다. 한 줌의 식량이 없어 주변의 사람들이 마구 죽어나가기 시작하면 살고자 하는 욕망이 더욱 커진다. 어떤 짓을 해서라도 살고자 하는 의욕이 사람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다. 죽을 수도 있는 찰나의 행운을 노려 무시무시한 국경을 수시로 넘나들고, 고가의 골동품을 나르는 등 죄를 짓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생존 게임의 참가자가 된다. 이 시기에 게임의 설계를 자처한 상인들로부터 북방에서만 서식하는 희소한 기름개구리도 수난을 당했다.

 

노란색을 띠고 있어 기름개구리로 불리는데 가을이면 동면을 하려고 배가 통통해지도록 기름을 채운다. 기름개구리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멀리 떨어져 있는 곳까지 들려오자 건장한 사람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몰려갔다. 동면을 준비하는 개구리를 닥치는 대로 잡아 수컷은 식용으로 암컷은 배안의 기름을 꺼내 파는데 아주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기름개구리 서식지라 하여도 암컷 한 마리에 있는 기름이 얼마 되지 않아 수량을 채우려면 엄청난 노력이 든다. 가장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은 불법적인 밀수업을 하는 사람이다. 개구리를 잡은 사람에게 사서 중국에 넘기는데 성공만 하면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어 좋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밀매가 쉽지 않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거래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힘들게 잡은 개구리를 모두 사기당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 오징어 게임이 그러했듯 억울하게 뺏겼든 잃어버렸든 마지막으로 차지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지금 토종 기름개구리는 멸종위기이다. 기름개구리의 효능으로 수요가 높아지자 중국에서, 북한에서, 국내에서도 양식을 한다. 암컷의 배에 있는 기름만 빼내여 키로에 2500달러의 고가로 거래된다. 무엇이 요구되면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요와 공급의 거래가 자연스럽고 하나도 이상하지가 않다.

 

봄에는 개굴개굴 소리 높여 울다가 가을이면 부지런히 기름을 채운 개구리가 먼저 죽임을 당했듯 ‘고난의 행군’이라는 극한의 게임에서 많이도 죽었고 그리고 살아남았다.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 현실 판타지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 영화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혼돈의 시대에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게임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결말을 보여주는 영화를 보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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