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회의 공개를 요구한 시민단체의 진정을 인천시의회가 사실상 묵살했다.
시의회는 최근 인천경실련의 '예결위 계수조정회의 공개 운영을 위한 정책 건의'에 회신했다고 22일 밝혔다.
회신 내용은 간단하다.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 공개 여부에 관해서는 향후 의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시의원들의 의견수렴 방법이나 시점, 이후 조치 계획 등 실질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시의회 관계자는 "논의 계획은 있지만 시기나 방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공식 일정이 끝난 올해는 어렵고, 내년 1월 임시회 때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신 절차도 석연치 않다. 인천경실련은 지난 13일 신은호(민주, 부평1) 의장과 김종득(민주, 계양2) 예결위원장에게 계수조정회의 공개를 요구하는 정책건의 진정서를 보냈다. 시의회 수장인 의장과 특위위원장이 함께 고민해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진정에 대한 회신은 시의회 사무처장 명의다. 사무처는 의장 지휘·감독을 받아 의회의 운영 등 입법 활동에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실무부서다. 결정과 책임 권한을 가진 건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이다.
의장과 예결위원장이 답변의 책임을 미루고 사무처를 앞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신은호 의장은 "예결위에서 결정할 일이라 예결위에서 논의하고 회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김종득 예결위원장도 "수석전문위원과 논의해 회신한 답변이다.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시의회 회신을 받아든 인천경실련은 결국 시의회가 계수조정회의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정책건의에 불성실하게 답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순정 인천경실련 운영지원팀장은 "내용 없는 답변마저 권한과 책임이 없는 사무처에 떠넘긴 꼴"이라며 "시의회가 예산 투명성과 시민들의 알 권리 확보에 관심이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우리는 제도 개선을 위해 몇 번이고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계수조정회의 공개 여부에 대한 논의 자체는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예결위원이기도 한 강원모(민주, 남동3) 부의장은 "회의 내용 공개는 어렵지만, 계수조정에서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결과 공개는 필요하다"며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를 위해 관련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수조정은 지방의회가 지방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마지막 절차로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는 가운데 현재 국회와 서울시의회, 경기도 과천시의회가 각각 회의록(속기록)·수정조서(자료)·영상으로 공개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인천 = 최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