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계수조정회의, 이제는 투명하게
헌법재판소는 2000년 6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제기한 '국회 계수조정소위 방청불허 위헌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국회가 계수조정소위를 공개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헌재 결정이 나오기 한 달 전 국회는 국회법을 개정해 소위원회 회의를 공개하도록 명문화했다. 같은 해 10월 국회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물론 마지막 숫자 고치기 작업을 감추는 등 부족한 점은 있었으나, 2005년 7월 국회법을 다시 개정해 계수조정 전체 과정을 속기록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대의민주주의가 성숙해 간다는 걸 국회가 스스로 증명하려는 노력이었다.
부활 30주년을 맞은 지방의회는 어떨까. 지방자치, 지방분권 강화를 외치는 지방의회는 유권자들에게 그 만큼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을까. 경기신문과 인천경실련은 시민을 대신해 인천시의회에 물음을 던졌다.
소재가 계수조정회의일 뿐 핵심은 지방자치의 성숙이다. 경기신문은 5번에 걸쳐 이 문제를 짚어보고 발전적인 고민을 제시하고자 한다. ▶관련 기사 15면
1. 계수조정회의의 역할과 운영
인천시의회 75.7% 계수조정회의 공개 반대
경기신문과 인천경실련은 지난 10~12일 인천시의원들을 대상으로 '예산결산 특별위원회 계수조정회의 공개 여부에 대한 의견'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앱을 활용해 시의원 전체 37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설문 링크를 보내 답변을 받았다.
문항은 4개다. 1·2번은 '예산결산 특별위원회 계수조정회의 공개 찬·반 / 찬성·반대 이유', 1번을 찬성으로 답한 경우 '적절한 계수조정회의 공개 방법(속기록·영상·자료) / 공개 방법을 선택한 이유'다.
11명(29.7%)이 참여했고, 26명(70.3%)이 응답하지 않았다. 응답자 가운데는 9명이 찬성,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설문에 답하지 않은 26명을 사실상 반대 입장으로 보면 28명(75.7%)이 공개 반대, 9명(24.3%) 찬성으로 집계됐다.
설문에 실명으로 참여한 8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조성혜(비례)·박인동(남동3)·김병기(부평4)·김준식(연수4)·김성준(미추홀1)·이병래(남동5) 의원이 찬성, 강원모(남동4)·김강래(미추홀4) 의원이 반대 의견을 냈다.
계수조정은 무엇. 국회·지방의회 차이는
계수조정은 지방의회가 지방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마지막 절차다. 인천시 2022년도 본예산을 예로 들어보자. 예산안은 1차 상임위원회, 2차 예결위,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해야 확정된다.
상임위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소관 실·국 예산안을 심의한다. 여기서 1차 합의된 예산안은 다음 달 6~10일 예결위에서 다시 조정된다.
이때 합의되지 못한 내용을 협상하는 자리가 계수조정이다. 예결위 마지막 절차이자 계수조정에서 합의된 내용이 곧 2차 합의된 예산안이다. 대개 본회의까지 그대로 통과한다.
예산과목의 크기를 조정하는 실질적·최종적인 예산안 심사단계라는 계수조정의 기본 개념은 국회나 지방의회가 다를 바 없다. 다만 기대하는 효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국회는 전체 예결위원이 50명이다. 이 가운데 15명을 추려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옛 계수조정소위원회)를 꾸리는데,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위해서다.
지방의회 가운데 계수조정소위를 두는 곳은 예결위원이 각 32명·29명인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뿐이다. 예결위원이 13명으로 인천시의회와 같은 부산시의회도 과거 소위를 뒀으나 지금은 아니다.
인천시의회 등 다른 지방의회는 계수조정에 예결위원 모두가 참여한다. 대개 비공개 간담회 형식이어서 공개적으로 하기 어려운 말들을 주고받는다. 기조실장 등 시 예산 관련 핵심 직급들도 함께한다.
인천시의회는 '쪽지예산', '셀프예산'과 관련해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쪽지·셀프예산은 공개되지 않는 계수조정회의를 통해 예산안에 안착한다.
그 예는 멀리 갈 것도 없다. 현재 8대 시의회만 해도 코로나19 유행 전까지 매번 쪽지·셀프예산 논란이 있었다. 특히 20대 총선을 앞둔 2019년 말에는 당시 예결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다른 시의원들에게 공개 사과할 정도로 잡음이 일었다.
내년엔 시의원들이 출마하는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 전까지는 내년도 본예산과 1차 추경까지 두 번의 예산 심사가 남았다.
[ 경기신문 / 인천 = 최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