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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호랑이해의 에세이

 

신정의 새벽 교회의 나무의자에 앉아 기도한다. 큰아들을 사랑하고 응원할 방법을 알게 해주시라고 했다. 작은 아들은 미래의 희망을, 외동딸은 행복의 길을 잘 터득하고 살아가기를 빌었다. 그런데 눈물이 났다. 내 인생에 따른 아이들이 불쌍하기만 하여 가슴이 복받쳐 올라 울었다.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여 아이들과 아내에게 스마트 폰에 문자를 심어 보냈다. ‘사랑하는 너에게 금년에는 더욱 따뜻한 아버지가 되어야겠기에 아파트 옆 교회에 와서 기도하고 있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금년에는 더욱 가까이 지내면서 웃는 시간이 많도록 서로 마음을 기울이자. 너희와의 사랑을 위해 노력하마.’라고.

 

-이 일기는 2016년 원숭이해 아침에 쓴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그때의 일기를 읽어보며 오늘날 우리 가족의 삶과 건강을 챙겨보고자 한 뜻이다.-

 

한때는 그믐날 지리산 아래의 백무동이나 장터목산장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지리산 천왕봉을 올라갔다. 정상의 ‘지리산 천왕봉’이라는 돌비가 있는 곳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기도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야호!’를 외치며 가슴 큰 기쁨을 맛보곤 했다. 장엄한 빛이 산 정수리를 붉고 뜨겁게 물들여 깊어질 때 가슴속 흥분은 벅찬 감동으로 전신을 달구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전 날에는 운경 화백 전시회가 있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코로나 수칙에 의해 사람들 발길은 뜸해지고 전시장은 어설픈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화가는 일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호랑이 한 동물만을 연구하고 노력하여 '우리 민족의 기상인 호랑이를 그리다' 전을 연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기회를 통해 엄청난 장인 정신과 영적 기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관 전체의 그림 60여 점이 호랑이의 움직임에 따라 산과 숲과 바위와 소나무가 배경이 되어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작품명은 ‘범의 위엄’ ‘가정맹호(苛政猛虎)’ ‘설중맹호도’ ‘산중산책’ 등 호랑이가 위엄 속 친근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조상들은 호랑이를 범이라고 불렀다. 산신령 또는 산군(山君)으로 부르기도 했다. 산군은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서도 곰과 함께 시작되었다. 일찍이 무반(武班)을 호반(虎班)이라고도 했다.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사람이 죽어가고 시들어지고 지쳐버린 이때 작가는 호랑이 그림을 통해 요사스런 잡귀와 악성 전염병을 물리치고자 호랑이 그림에 전념했을 것이다.

 

모든 건 때가 있는데 금년은 2022년 임인년(壬寅年)으로서 검은 호랑이해다.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영물로 여기면서 호랑이 그림을 집에 장식하여 집안의 부정한 액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역사 이래로 우리 국민들은 지금보다 더 간절한 소망과 기도는 드물었을 것이다. 그것은 곧 코로나라는 질병의 이름 자체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남과 같이 살아보겠다는 욕망으로 나를 잃고 아내를 망각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신석정 시인의 시처럼,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는 마음으로 우보천리(牛步千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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