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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도시로 제2의 르네상스 만든다

경력단절 여성·청년 등 시민 누구나 지역 문제 해결 방법 기획하고 실행
2011년 문화도시 조례 제정 후 기반 조성…2026년까지 200억 투입 예정
시민협의체 5만 명 참여해 대도시형 시민·마을·지역·생태 가치 확산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들은 사람들의 삶을 더욱 반짝이게 만든다. 마을을 학교와 실험실 삼아 실행된 주민의 생각은 더 풍요로운 문화를 가능하게 한다. 엄마들이 공동육아 경험으로 지역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경력단절 여성들이 어르신들을 위한 운동 가이드 책자를 만들고, 전현직 교사들이 청년과 노인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거나, 마을을 사랑하는 청년과 청소년들이 함께 마을용 자전거 지도를 만드는 일이 그렇다.

 

대한민국 최대 기초단체이자 최초의 특례시인 수원시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모범적 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 제3차 문화도시로 지정돼 앞으로 5년간 최대 10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는 문화도시 수원’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대도시형 문화도시를 구현해 나가게 된다.

 

◇ 누구나 기획자이자 주인공이 된다

 

 

영통구 주민 5명으로 구성된 ‘역동’은 학부모 모임에서 시작했다. 결혼 후 남편 직장을 따라 수원시에 정착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비슷한 연령의 자녀라는 공통점 덕분에 함께 도서관을 다니던 친목 모임이었다.

 

아이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될 즈음, 모임 구성원들은 학업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동육아 방식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답사, 도자기 만들기, 전통 문양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배움의 기회를 다른 아이들과도 나누고 싶어진 역동 멤버들은 수원시 씨티메이커스 프로그램을 통해 방법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에는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도시재생 지역 청소년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기업을 준비 중이다.

 

 

‘꽃맘센터대화방’도 경력단절 여성들 모임에서 시작됐다. 교육지원서비스로 지역 내 아동센터 등과 협력하던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참여한 모임이다. 지역 문제에 대해 깊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이 모임은 소외된 실버세대를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나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는 활동을 했다.

 

지난해에는 마을 활동에 참여를 어려워하는 중장년층을 위해 운동 가이드 책자를 기획했다. 코로나19로 활동이 위축된 노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수원형 리빙랩 사업에 참여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운동 책자를 만들었다.

 

 

수원 행궁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수원행’의 청년 3명은 행궁동 내 주차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자동차 없이 방문해도 즐거운 핫플레이스가 되려면 결국 자전거 이용이 편리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궁동 자전거길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에 힘을 보탠 것은 행궁동에서 자전거를 즐겨 타던 청소년들이다. 중학생 라이더 5명이 행궁동을 직접 라이딩하면서 조사를 진행해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았다. 이 협업으로 수원화성과 행궁동, 수원천을 한 바퀴 도는 코스가 만들어졌다. 

 

역동, 꽃맘센터대화방, 수원행 등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문화모임은 모두 수원시가 지향하는 문화도시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 10여 년 준비해 온 ‘문화도시 수원’

 

시민의 삶이 곧 문화가 되는 문화도시를 향한 수원시의 준비는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시는 지난 2011년 8월 문화도시 조례를 제정해 수원을 사람 중심의 문화도시로 구현하기 위한 정책 방향 및 추진체계 등을 명문화했다. 2014년 제정된 정부의 지역문화진흥법보다 3년이나 앞선 조례였다.

 

시는 2018년부터 5개년 계획의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온라인 플랫폼 ‘수다방’과 포럼, 찾아가는 현장 의제 ‘미래가 열리는 나무’ 등을 통해 시민의 욕구와 의제를 구체화했다. 지역 의제를 발굴하기 위한 시민 대화모임 ‘씨티메이커스’ 277개가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리더격인 시민협의체 ‘수원나우어스’가 발족해 3개의 분과로 운영됐다.

 

 

생활권별 불균형 문제나 외국인 이주민 증가로 인한 대안, 지역 갈등, 아파트 공동체, 원도심 쇠퇴, 생태 위기 등 다양한 과제들이 도출됐다.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됐고, 거점 공간을 중심으로 의제를 풀어나가려는 시민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2021년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된 수원시는 예비사업을 통해 문화도시로의 도약 가능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예비 사업은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체계화했다. 또 시민이 제안하고 만드는 도시여행 프로그램 ‘조금 다른 도시여행’ 6개가 시범 운영돼 새로운 지역콘텐츠를 발굴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도시여행의 기반을 조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예비 문화도시 사업의 성공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수원시는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3차 문화도시로 지정받았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 간 최대 10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고 지방비 100억 원을 매칭해 총 2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 시민문화자치로 문화특례시 빚는다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는 문화도시 수원’이라는 사업명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수원특례시가 계획한 문화도시 청사진에는 ‘시민’이 가득하다. 생활 속 문제를 발견한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 뒤 이를 지역에 확산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도시 수원의 핵심 가치는 4가지다. 시민, 마을, 지역, 생태 등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사람중심의 도시철학과 인문적인 실천방법을 활용하는 과제들이 추진된다. 먼저 수원은 학교, 수원은 실험실, 웰컴투 수원 등 문화 인재를 양성하고 다양성을 살리는 실험적 프로그램들이 시민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또 거점 공간인 ‘동행공간’을 확대하고 도시문화 커뮤니티를 지원해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 마을의 가치를 제고한다. 도시기록단 등 기록생태계를 활용한 인문도시 아카이브, 조금 다른 도시여행 등을 통한 예술의 확대는 지역자원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문화도시 사업은 주체가 되는 시민과 시민의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참여자들의 지원으로 실행된다. 수원이라는 도시명을 영문으로 거꾸로 써 만들어진 ‘수원나우어스(SUWON X NOWUS)’라는 이름의 시민협의체가 5개 생활권역별 관심 의제를 찾아내고, 다양한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시는 행정협의체를 운영해 이들에게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운영위원회가 사업에 대한 자문과 전반적인 계획 및 추진과정에 전문적 의견을 더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수원문화재단 내 설치된 문화도시센터가 추진력을 발휘하게 된다.

 

시는 문화도시 사업으로 5개 생활권역(북수원, 광교, 서수원, 화성, 영통)에서 거점을 만들어 100명의 시민리더를 양성하고, 1만 명의 인문클럽과 5만 명의 시민협의체(나우어스) 회원들이 활동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시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 및 수원시 인문기행 특구,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 등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특성화된 인문도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활용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시민 주도의 자생적 문화를 통해 일상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능동적으로 찾아 해결하는 시민참여 문화 거버넌스가 문화도시 수원의 핵심”이라며 “사회변화를 문화적 관점에서 대응하는 제2의 르네상스의 전기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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