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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0대 대선 발달장애인 참정권 되찾았지만 ‘홀대 여전’

선거사무원, '투표보조인' 기준 몰라 투표 제지
개인정보 수집에 선관위·현장 사무원 안내 달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는 지난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선거사무지침에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에 관한 내용을 돌연 삭제했다. 공직선거법에 시각·신체(지체)장애인만 보조받을 수 있다고 나와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참정권을 침해 당하는 순간이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법원 임시조치 신청 등 끈질기게 대응한 끝에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법원은 지난달 10일, 선거인의 장애유형과 무관하게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년간의 투쟁 끝에 다시찾은 투표소는 이들을 냉냉하게 대했다. 그 투표현장을 다녀왔다.

 

 

지난 4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 앞.
 

피플퍼스트서울센터의 발달장애인 박현철 소장과 발달장애인이자 활동가인 김동호 씨는 이날 가오나시(유령) 분장을 하고 나타났다. 유령 취급 받는 발달장애인의 현실을 가오나시 분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투표장에 들어선 김 씨는 신분 확인을 위한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 씨는 선거사무원에게 투표보조인과 함께 기표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김 씨는 스스로 신분 확인을 할 수 있었고, 투표보조인은 기표할 때만 필요했다. 그러나 선거사무원은 투표보조인으로 함께 온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를 보며 대화를 시도했다.

 

이어 선거사무원은 투표보조인에게 펜을 건네주며 김 씨의 이름을 정자로 쓰라고 했다. 투표보조인은 “본인이 하실 수 있다”라고 짧게 반문하자, 선거사무원은 당황하며 그제서야 김 씨에게 투표 방식을 제대로 안내했다.

 

김 씨와 투표보조인이 투표를 위해 기표소로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선거사무원이 이들을 제지했다. 이유는 “장애인이 아닌데 왜 기표소에 둘이 들어가냐”는 것이었다.

 

이날 함께 동행했던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사무국장은 투표 보조 내용을 되려 이 선거사무원에게 설명해 주어야 했다.

 

김 씨와 함께 가오나시 분장을 하고 투표소로 들어간 박 소장과 투표보조인은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선거사무원이 이들을 가로막으며 발달장애인과 보조인의 이름, 관계를 적으라고 한 것이다.

 

 

이 상황을 지켜본 김 사무국장은 “이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로 과거 선거에서 선관위에 문제제기를 해 사라진 내용인데 사전에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당황스럽다”면서 “법원 결정에 없는 내용이다. 추후 문제제기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선거사무원은 “중앙선관위 지침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아예 양식을 주고 하라고 하니 우리는 작성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정보제공을 거절할 경우 어떻게 하냐는 물음에는 “투표보조를 받으면 (예외없이) 적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관련 내용을 선관위에 문의하자 “투표록이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자료는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거절한다고 해서 따로 제한되는 지침은 없다”고 설명했다.

 

종로장애인복지관 사전투표소 1층 외부에는 기표소 하나가 별다른 안내문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어 일부 혼선이 일기도 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함께 온 보조인이 문의하자 선거사무원은 “발열 있는 사람만 따로 분리해 이곳에서 투표를 한다”고 안내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선거사무원들에 대한 투표소 운영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가 끝난 후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는 장애인 단체가 모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피플퍼스트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참정권대응팀은 여전히 장애인참정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은 현실을 규탄했다.

 

참정권대응팀은 이날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쉬운 공보물 제공 ▲수어통역·자막제공 의무화 ▲ 선거사무원 장애 인식 개선 교육 강화 ▲그림투표용지 도입 ▲시각장애인 점자 공보 안내물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보 제공 등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참정권대응팀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정의당 등 4개 정당에 읽기 쉬운 공보물 제작 등의 내용이 담긴 질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읽기 쉬운 공보물을 제작할 것을 약속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공보물을 제작했다. 그러나 장애인 관련 공약만 별도로 정당 SNS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일부 휴대폰 조작을 어려워하는 장애인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지고, 장애인 공약만 제공함으로써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보제공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거절 의사를 밝혔다. 질의서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조차 없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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