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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돌베개'

 

 

故 장준하 선생(1918-1975)이 저자다. 스무살 때 처음 읽었으니 어언 40년이 넘었다. 그 감동은 줄지 않았다. 그간 또래나 후배들에게 선물한 것만 족히 백 권은 넘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읽기를 권해왔다. 10여 년 전, 대학생들에게 씨알사상을 강의할 때는 아예 필독서 리스트에 올렸다.

 

요즘 청소년들은 안타깝게도 김구도 안중근(응칠)도 잘 모른다고 한다. 장준하를 알 리가 없다. "안중근 의사를 안과의사라고 하는 애들도 있다"는 중학교 교사의 탄식도 들었다. 그렇게 자란 친구들이 이 특별한 책을 읽고 발표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뭉클했다.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장준하 선생처럼 살겠다"던 학생대표의 스피치를 들으며 목이 메었다.

 

아, 장준하! 


박정희의 정적이 둘이라면 장준하와 김대중이다. 하나라면 장준하다. 그래서 먼저 죽인 거다. 독립군 출신 정치인으로서 "독립군을 사냥하던 박정희만은 안된다"며 저항했던 선생은 박정희의 독재가 극한으로 치닫던 1975년 8월 포천의 약사봉에서 암살되었다. 추락사로 위장된 그 더러운 역사는 먼 훗날(2013년 3월 26일) 타살로 결론이 났다.

 

장준하, 김준엽 등 50여 명의 청년들이 7개월 동안 6000리를 걸어서 쓰촨성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에 도착한 날은 1945년 1월 31일이었다. 조국독립 위한 사즉생(死卽生)의 장정(長程)이었다. 일행은 늙은 애국지사들과 부둥켜안고 애국가를 부르며 긴 시간 통곡했다. 나도 울었다.

 

장준하는 그 얼마 후 임정이 하나의 뜨거운 불덩이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분열되어 있는 대중소 계파들의 연합체라는 걸 알아차리고 절망한다. 노인들은 밤마다 이 순일무잡(純一無雜)의 청년들을 유곽으로 불러내어 자신의 계보로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임정요인들 상당수가 그렇게 밤마다 홍등가를 돌며, 소란 피우고 중국여성들을 농락하는 게 일상이었다. 실로 천인공노할 작태였다.

 

장준하는 임정의 의정단상으로 뛰어 올라가서 불후의 사자후를 토한다. "나는 지금 일본군으로 되돌아가서 일본의 폭격기를 몰고 이곳으로 날아와 임정을 폭격하고 싶다." 내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 스물여섯 살 그 특별한 청년 장준하의 옆에서 그 폭탄을 함께 투하하는 전우이고 싶었다. 

 

2022년, 이 엄중한 시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청년 장준하들이 백이든 천이든 속속 출현하길 하늘에 빈다. 그 조짐도 보인다. 지금은 자식들에게 '돌베개'를 읽게 할 시간이다. '백범일지', 김산의 '아리랑',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안응칠 역사',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과 더불어... 물론 이 외에도 자양분 높은 양서들은 부지기수다.

 

우리 중고대학생들이 이 책들을 읽고 소화한 뒤 세상에 나온다면, 국격이 열 배는 높아지리라 믿는다. 공교육과 나라를 함께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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