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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격리해제 숫자만큼 모눈종이에 채우고 지운 동그라미

경기도미술관 지원 ‘청년작가전’ … 박형진 작가의 ‘지금 이따가 다음에’
“동그라미 지우는 ‘쓱싹쓱싹’ 지우개 소리에 불안감이 함께 지워졌으면”

 

전시장 한편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도 남은 모눈종이들. 이는 수행하듯 불안함을 다스렸던 한 작가의 기록이다.

 

작가는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모눈종이 위에 동그라미로 채워 갔다. 꼬박 1년 8개월이 걸린 작품 ‘매듭 없는 동그라미’(2020~2021)는, 동그라미를 칠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모두의 불안을 가시화했다.

 

지난 5일 경기도미술관에서 개막한 청년작가전 ‘박형진: 지금 이따가 다음에(Other Times Another Time)’는 매일 마주하는 주변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는 박형진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120장의 ‘매듭 없는 동그라미’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확진자 수만큼 칠했던 동그라미를 격리해제자 수만큼 지웠던 지우개 가루들이 모여 있다.

 

전시를 기획한 조은솔 학예연구사는 “불안을 이겨 내기 위해 그렸던 동그라미들은 어느 순간 작가가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큰 숫자가 됐고,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은 매듭지어 지지 않았다. 작가는 동그라미가 지워지는 ‘쓱싹쓱싹’ 지우개 소리에 불안감이 함께 지워졌으면 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기도미술관의 지원으로 제작된 ‘은행나무’(2021~2022)와 ‘토끼풀’(2022)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나무의 변화에서 보이는 시간의 자취를 모눈종이 위 색점과 형태로 풀었다. 색점은 작가가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자, 반복된 일상에 숨겨졌던 자연 본연의 질서를 드러낸다.

 

 

‘은행나무’ 시리즈는 인적이 사라진 지난해 선명했던 은행잎의 노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각자의 기억 속 노랑을 환기한다. 특히 채워지지 않은 마지막 한 잎, 한 조각은 관람객의 기억으로 맞췄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신작 ‘토끼풀’은 네잎 클로버의 상징성 ‘행운’에 착안해, 창밖 어딘가에 존재할 행운을 손에 쥐는 즐거운 상상을 선사한다.

 

 

 

 

 

 

 

 

 

 

 

 

 

 

 

 

 

 

 

2020년부터 시작된 ‘청년작가전’은 경기도미술관의 연간 프로젝트로, 동시대 미술에서 잠재력을 인정받는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한다. 올해 청년작가전은 8월 15일까지 진행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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