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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예술인 협업의 ‘시작’…2022 도화가압장, 3개월 여정 마무리

B팀, 안대 쓴 채로 공연장 입장해 영상 시청
A팀, 여러 단어 말하며 관객들 의미 추리 유도
참여 예술가들 “협업의 좋은 선례로 남을 것…다른 협업도 기대”

 

인천의 젊은 예술인들이 3개월의 협업 과제 여정을 마무리했다. 과제는 끝이 났지만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의 동행은 이제 시작이다.


지난 9월 30일 미추홀구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2022 도화가압장: 들리는 소문’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B그룹 싱어송라이터 강헌구 씨, 무용가 손채원 씨, 마술사 이진규 씨, 배우 최준영 씨의 결과물은 공연 시작 직전까지도 예상할 수 없었다.


관객들은 눈을 가리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앞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걸어야 했다.

 

팀원들은 하나의 감각이 차단됐을 때 다른 감각이 얼마나 살아나는지, 어떤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지를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후 관객들은 객석이 아닌 현수막으로 만든 공간에 들어가 앉아 영상을 감상했다. 전도관 안에 들어가 느낀 것을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준영 씨는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모여 예배를 드렸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관객들이 이 느낌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협소한 공간에 밀착해 앉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전도관으로 재탄생한 현수막은 준영 씨가 남동구청에서 받아온 것이다. 무너져가는 재개발 구역을 표현하기 위함이었고, 이를 위해 채원 씨는 옷을 찢기도 했다.

 

팀원들이 느낀 것들을 생생하게 담기 위한 노력은 관객들에게도 닿았다.


박명화(60·여) 씨는 “영상에 나오는 곳은 일 때문에 자주 방문했던 곳이다. 오래된 추억의 장소가 재개발로 사라진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안대를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 건강상의 문제로 시력이 안 좋은 친구가 있는데 안대로 눈을 가리고 들어가니 그 친구가 느꼈을 불편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른 팀 공연도 이어졌다. A그룹 작곡가 김예지 씨, 극작가 박준하 씨, 기타리스트·바이올리니스트 윤현로 씨, 배우 이연우 씨가 참여해 소문이 만들어지고 퍼지는 과정을 표현했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노을, 월미도, 전쟁, 맥주 등 여러 단어를 말하고 빨간색 실을 뿌리는 등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 관객들이 의미를 추리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사실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모든 소문은 의미 없이 생겨서 의미 없이 사라진다는 의도만 있을 뿐이었다.


협업의 참여한 예술가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또 다른 협업을 기대한다는 것. 함께하는 작업은 이들에게 영감과 힘을 준다.


채원 씨는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났다.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됐다”며 “10년 뒤 돌아봤을 때 이번 협업이 좋은 선례로 남을 것 같아 설레이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우 씨는 “모르는 예술가들과 협업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두렵고 고민도 많았다”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의견들이 통합됐다. 이번 작업이 너무나 의미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샛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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