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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초원복집이 되살아났다

 

“우리가 남이가”

 

30년 전, 대선을 앞둔 1992년 12월 11일 김기춘이 부산의 복어요리집인 초원복집에서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직할시 교육감,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의 지역 주요 기관장 9명을 불러 놓고 성토한 일성이다.

 

“우리가 남이가”는 “김영삼을 당선시키자”의 수식어구다. "부산, 경남, 경북까지만 요렇게만 딱 단결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지역감정이 유치할진 몰라도 고향 발전엔 도움이 돼", "하여튼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해" 당시 자리에서 오갔던 말이다. 지금까지도 대표적 정치공작으로 손꼽히는 초원복집 사건이다.

 

초원복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통일한국당 관계자의 폭로 덕분이었다. 도청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그는 손님으로 위장해 입장한 후 녹음기를 설치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후에 실형을 선고받아야 했다. 죄명은 주거침입죄였다. 반면 식당에 모여 정치공작을 논했던 이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주거침입은 죄명에서도 알 수 있듯 ‘침입’을 해야 성립하는 범죄다. 하지만 통일한국당 관계자는 초원복집에 침입하지 않았다. 도청이 목적이기는 했지만 엄연한 손님이었다. 초원복집은 손님으로서 그를 환영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를 기소했고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그를 처벌하기 위해 검찰과 법원은 “가정적 의사”라는 새로운 법개념까지 만들어냈다. “도청이라는 그의 목적을 알았다면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적 의사에 비춰 침입이라는 것이다. 법원이 스스로 법을 만들어 피고인을 처벌했다.

 

지난 24일 오전 검사를 포함한 검찰 측 인사 17명이 출근하는 직원들 틈에 끼어 민주당 당사에 진입했다. 압수수색이 목적이었다. 당연히 압수수색에 대한 고지는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기어코 민주당 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며칠 후 한 시민단체는 검찰의 정당한 압수수색을 방해했다며 민주당 인사 2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압수수색을 목적으로 나온 검찰 측 인사라는 것을 알았다면 민주당은 그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검찰의 민주당 당사 출입은 주거침입이다. 이것이 30년 전 그들이 통일한국당 관계자를 처벌하기 위해 고안해낸 ‘가정적 의사’다. 하지만 검찰의 주거침입은 문제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1야당 당사가 검찰에 침탈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온몸으로 막은 민주당 관계자들이 고발당했다.

 

사상 초유의 정치공작이 폭로되었음에도 공작자들은 처벌받지 않고 폭로자만 처벌받은 초원복집 사건이 30년 만에 부활하고 있다. 하기야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했던 김기춘은 검찰 총장 퇴임 직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었고, 법무부 장관 퇴임 직후 대통령을 만들겠다며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김영삼의 신한국당 후신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새누리당의 후신인 국민의 힘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전직은 검찰 총장이다. 죽었던 초원복집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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