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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실타래처럼 꼬인 의료정책…“의료공백 없애려면 공공병원 강화해야”

기대감 낮은 정부의 소청과 등 필수의료 강화방안
수가제‧의료전달체계‧공공병원 등 근본적 문제 개선해야

 

가천대 길병원의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입원 진료 중단 사태는 우리의 의료체계를 돌아보는 계기였다.

 

보건복지부는 중증‧응급‧1차 의료 분야의 소아‧청소년진료 지원 강화 방안을 포함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이달 안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소청과 병‧의원에 대한 적자 보전, 소아응급의료체계 강화, 아동 심층 상담 시범사업,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상급종합병원이 소청과 등 필수의료과목의 입원 진료를 중단할 경우 종합병원 지위를 박탈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길병원은 외래 진료를 유지하고 있어 지금의 제도로는 종합병원 지위를 박탈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이 내용을 그대로 시행해도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청과 의사들의 처우 개선 없는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의료 수가 개선 등을 위해 당장 추경을 계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 수가제, 양적‧질적 개선 필요

 

소청과 관련 단체와 학회들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수련의(인턴)‧전공의(레지던트)가 근무하는 수련병원의 입원진료 수가(酬價)를 2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가를 올려야 의사들의 급여 인상이 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인력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2020년 기준 소청과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 875만 원으로, 전체 평균인 2억 3069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진료과목 가운데도 가장 낮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가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우리는 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진료 행위에 비례해 건강보험에서 돈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비교적 의료행위가 적은 소청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전공의 지원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일정액의 진료비만 부담하는 포괄수가제, 환자 수에 따라 수가를 지불하는 인두제, 사전에 의료비를 협상하는 총액계약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

 

우리 의료체계는 의료기관 종류를 1~3차로 분류해 질병의 정도와 종류에 따라 그에 맞는 병‧의원을 이용하게 한다. 1‧2차에서 다룰 수 없는 중증은 3차에서 진료한다. 이게 의료전달체계다.

 

하지만 대개 큰 병원부터 찾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길병원이 있는 남동구의 한 초등학교 응급처치 동의서에는 길병원을 적어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3차 병원의 외래진료를 제한하는 등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3차 병원은 중증 환자의 입원 진료에 집중해야 한다. 병원 수익을 위해 외래까지 맡는 것은 전달체계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3차 병원의 외래 진료를 금지시켜야 지역 의료체계의 실핏줄인 의원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공공병원 기능 강화

 

인천의료원 등 지역 공공병원의 기능을 강화도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되는데 의견이 갈린다.

 

인천의료원 간호부장 출신 장성숙 인천시의원(민주‧비례)은 “필수의료가 공백이 생기지 않으려면 공공병원을 강화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중요한 점은 공공병원이 자본주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현택 회장은 “공공병원은 지방과 중앙의 정권이 바뀌는 데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며 “해외 사례를 봐도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 불편함이 크다”고 했다.

 

여기서 상반되는 두 의견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부분이 있다. ‘정치적 독립성’이다. 지역 공공병원의 독립성이 담보된다면 의료공공성 회복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조승연 원장은 “의료는 의식주만큼 시민 삶에 중요한 부분이다. 백년대계를 설계해 일관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운영에 독립성이 담보된 공공병원이 기능을 강화해야 의료가 복지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최태용·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