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제 수탈 수단에서 서민 교통 수단까지…오랜 역사 안고 멈춰진 ‘옛 송도역’
매일 정신없이 흐르는 도시의 시간 속에도 과거에 멈춰진 공간은 존재한다.
이미 오래 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고, 새로운 역사의 등장에 방치된 채 잊혀졌다. 그럼에도 ‘나 아직 여기 있어요’라며 꿋꿋이 빛바랜 흔적을 남기는 이곳처럼 말이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 302번지에는 20세기에 태어나 그 시절 춥고 배고픈 소시민들의 삶을 위로해주던 ‘옛 송도역’이 남아있다.
옛 송도역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수인선 개통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 협궤열차 정차역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일본은 경기 시흥과 인천 소래 등지에서 생산되는 쌀과 소금 등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철도와 역사를 만들었다.
송도라는 역 이름은 일본인들이 옥련동을 송도로 불렀고, 같은 해 함께 조성된 송도유원지 가는 길에 있다는 이유로 붙여졌다.
비록 약탈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광복 이후에는 시민들의 발이 돼 주었다.
1973년에는 남인천~송도 구간이 폐선돼 송도역이 수인선의 새로운 종점이 되기도 했다. 송도역은 낮밤 가리지 않고 늘 승객들로 붐볐는데, 대부분 학생‧회사원‧상인들이었다.
그러다가 1995년 경제성 등의 이유로 수인선 운행이 중단되며 오랜 역사를 간직해온 송도역도 문을 닫게 됐다.
폐역이 된 후에는 광고회사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2012년 이곳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새로운 송도역이 재개통됐고, 지금은 옛 수인선 역사 중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다.
하지만 역사 정면에 새겨진 ‘송도’라는 두 글자 외에는 이곳이 옛 송도역이라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해주는 급수탑도 인천에서 유일하게 남았는데, 녹이 슨 채 방치되고 있다. 게다가 역사 앞으로는 중고차들이 빼곡하게 세워져있어 접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수구는 현재 옛 송도역사를 복원해 당시 협궤열차와 철도 시설물을 전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복원 사업과 연계한 송도역세권 도시개발사업자와 토지 소유자, 인근 점유자 간의 분쟁 등이 얽혀있어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