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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이분법과 상보적 관계

 

인류는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산재했던 구석기시대의 자연환경에서 판단을 빠르게 해야 했고, 그런 성향이 자연선택에 의해 본능으로 체화되었다. 그것이 지금은 각자의 경험과 짧은 지식(knowledge)을 바탕으로 섣부른 판단을 하는 직관의 오류로 나타난다. 고정관념 내지는 선입견에 따른 판단이 본능으로 작용함으로써 사실 확인 과정을 소홀히 하는 인지적 오류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충분한 생각으로 정확히 인지해서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 인지적 구두쇠다. 그래서 공자는 세 번 생각하고 말을 하라 했고(三思一言), 언행일치를 강조했던 것이다. 퇴계는 말을 무척 아꼈고, 그 결과는 언행일치였다. 말을 아낀다는 것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다. 군자는 본능을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필연적으로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국제관계를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피아를 나누는 이분법적 대립과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북한을 공격하는 계획을 부단히 도모하는 미국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어느 쪽이 먼저일까? 미국과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의 전제다.

 

관념론과 유물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좌파와 우파, 여당과 야당, 남자와 여자, 기독교와 다른 종교 등 적대적 이분법의 대립은 많다. 상대의 입장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본능적으로 발동함으로써 서로 공격하고 대립하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는 어떤지 살펴보자. 양자역학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인 덴마크의 닐스 보어는 ‘상보적 관계’라는 아이디어로 빛이 입자냐 파동이냐 하는 대립에 종지부를 찍었다. 행렬 방정식과 파동 방정식이 실은 상보적 관계로서 둘 다 양자역학의 정립에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빛은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니며, 또한 입자이면서 파동이었다.

 

원자는 플러스 전하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되어 있는 원자핵과 마이너스 전하의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은 양 전하와 음 전하를 품은 원자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어는 음양의 우주론을 펴는 주역(周易)에 심취했다. 상반되는 현상의 물질로 구성된 우주가 실은 상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위대한 발견이었다.

 

철학의 역사는 관념론과 유물론이 대립해온 역사라고 하는데, 사실은 둘 다 진리 인식에 상보적으로 필요하다. 인간은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존재로서 이기적 본성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수련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군자가 지향하는 성인(聖人)이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은 자연의 법칙인 동시에 인간사회의 원리이기도 하다. 이분법의 극복과 상보적 관계는 인류가 따라야 할 자연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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