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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각장애인의 보행 안전을 보장하라

파손 점자블록, 볼라드, 전동킥보드·자전거 등 근본적 대책 필요

  • 등록 2023.04.20 06:00:00
  • 13면

몇 년 전 한 대형마트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매장 출입을 거부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안내견은 시각 장애인들의 눈이지만 매장측은 단순하게 동물 취급한 것이다. 안내견과 버스에 탈 때도 노골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한 시각장애인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강아지 입마개를 씌워라” “이동장에 넣어라”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며, 안내견과 함께 있는 것을 본 버스가 그냥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이들은 보행이 마치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어서 ‘모험’을 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시각장애인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정보접근권과 참정권에서도 불이익을 받지만 특히 이동권은 큰 제약을 받는다.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용이 쉽지 않다. 앞에서 ‘지뢰밭’이란 표현을 썼을 정도로 도로보행 역시 ‘도전’에 가까운 행위다.

 

보행로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이 정확하고 안전한 보행을 할 수 있도록 설치한 시설물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겐 나침반이나 다름없다. 길 안내자이자 제2의 눈이다. 하지만 파손되거나 도중에 끊긴 곳도 적지 않다. 게다가 무단적치물 등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거나 맨홀 뚜껑 위를 지나가 혼란을 주기도 한다. 이로 인해 생명의 위협도 받을 수 있다.

 

이에 김홍걸 의원(비례, 무소속, 외교통일위원회)은 지난 1월 31일,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의 내용은 현행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점자블록의 설치 기준 등을 법률로 상향하여 점자블록과 그 주변의 색상을 명확히 구별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이 보행로나 공원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볼라드와 무인대여 개인 이동수단인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역시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심각한 위험요소다.

 

경기신문 18일자 1면에는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 보도 점자블록 위에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들이 놓여있는 사진이 실렸다. 이와 함께 무인대여 개인 이동수단이 인도 점자블록에 무분별하게 방치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보행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킥보드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쳐 2주간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시각장애인 정영기 씨의 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씨는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외에 파라솔이나 입간판 등 도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한다면서 “파라솔이나 입간판 등은 흰 지팡이로 확인하기 어려워 길을 걷다 눈을 찔리는 때도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도로교통법은 점자블록 위, 횡단보도 3m 이내, 자전거도로 등에 적재물을 방치하면 견인 조치 등 처벌할 수 있다. 장애인단체도 점자블록 침범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며 안전한 보행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처벌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 사용자들도 점자블록이나 횡단보도, 도로 등에 아무 생각 없이 방치한다. 시각장애인의 외출을 모험이 아니라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장에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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