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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상한 우편물 소동, 진상 밝혀 국민 불안 제거해야

경기도에서만 600여 건 신고…모방범죄 위험에 적극 대처를 

  • 등록 2023.07.25 06:00:00
  • 13면

대만을 거쳐 배송된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민심을 흉흉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소포를 개봉한 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한 후 병원에 이송되면서 시작된 ‘소포 독극물’ 소동은 온 국민을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 하루하루를 소포·택배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종류의 흉문 횡행은 심히 고통스러운 사태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신속히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세우는 등 국민 불안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문하지 않았거나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소포가 발견됐다는 신고는 23일 오후 5시까지 총 2058건 접수됐다. 경찰은 오인 신고로 확인된 1413건을 제외한 소포 645개를 수거해 조사 중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이 641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506건), 인천·경북(각 98건) 순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 경찰 등이 수거한 소포에서는 정밀 검사 결과 독극물 등 위험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배송 과정을 역추적한 결과 울산 장애인복지시설에 배달된 소포는 중국 선전에서 ‘경유 우편’으로 대만에 보내졌고,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배송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만 당국도 대만 타이베이는 경유지로만 활용됐다는 취지로 사실을 확인했다. 유사한 포장의 소포가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면서 ‘소포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됐다.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소포·택배가 온 국민의 일상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 착잡하다. 


우리 경찰 당국과 대만의 발표내용을 놓고 중국이 발끈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소포가 전자상거래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이른바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고된 소포들에선 마약류나 독극물 등이 검출되지 않았고, 소포 내부에선 완충재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브러싱 스캠은 이베이나 아마존 같은 쇼핑 플랫폼에 등록한 판매업자들이 판매량과 리뷰를 늘려 온라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마케팅수법이다. 


지난 2월 호주에서 주문한 적도 없는 가짜 까르띠에 반지나 가짜 버버리 스카프가 배송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앞서 2020년 7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일부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 물품명에는 장난감·보석 등으로 적고 나팔꽃·양배추·장미 등의 씨앗들을 보낸 ‘브러싱 스캠’ 사건이 있었다. 


‘소포 포비아’는 처음 소포를 개봉한 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한 후 병원에 이송되면서 급격히 확산했다. 우리는 지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VX라는 치명적 독극물에 암살당한 사건을 기억한다. 소포나 택배를 이용한 독극물 테러라면 사실상 원천 봉쇄가 불가능한 새로운 테러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이 공포증을 폭발시켰다. 


걱정스러운 것은 혹여라도 이번 사건이 지각없는 모방범죄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사건의 진상을 세세히 밝혀내는 것은 물론,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일도 필요하다. 편법적인 마케팅 기법이든, 장난질이든 파장의 책임을 엄격하게 지도록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된 소포·택배 상자를 앞에 놓고 벌벌 떨어야 하는 일상이라니, 이건 정말 안될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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