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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근 빼먹은’ 부실 아파트 대량 적발…어이없어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의 맹활약을 기대한다

  • 등록 2023.08.02 06:00:00
  • 13면

인천 검단의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세상에 드러난 이른바 ‘순살 아파트’ 파문의 확산세가 일파만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무려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있었고, 이 중 5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다. 정부가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 곳에 대한 안전점검도 착수할 예정이어서 ‘철근 빠진’ 위험천만한 아파트는 추가로 더 적발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국민의 생명안전이 달린 주거시설을 짓는 건설업계가 이토록 무책임한 공사행태를 지녔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 책임소재를 가려 비리·부정을 발본색원하고 신뢰할 만한 안전 확보조치를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가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신설해 운영해온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의 맹활약이 새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LH는 최근 진행한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 전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91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전국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보강 철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해 보고했다. 문제가 발견된 수도권 아파트는 파주운정(A34), 남양주별내(A25), 수서역세권(A3), 수원당수(A3), 오산세교2(A6), 양주회천(A15), 파주운정3(A23), 인천가정2(A1) 등 8곳이다.
‘무량판 구조’란 별도의 보 없이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만으로 슬래브(지하주차장 지붕 층) 무게를 버티도록 하는 구조다. 기둥이 하중을 견디도록 하려면 전단보강근이라는 철근을 필수적으로 추가해야 하는데,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이 철근이 누락된 인천 검단 아파트와 똑같은 사례가 수두룩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한준 사장이 인정하듯이 그동안 LH는 주택 발주만 했지 설계·감리 등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치명적인 하자가 있었다. ‘국민 주거 생활 향상을 뒷받침하는 일’을 핵심 존재가치로 세운 국가 공사조직인 LH의 안전 불감증이 이 정도라면 주택건설 업계 전체의 수준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기도의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은 국내 최초로 활동을 시작해 2021년 1월 주택법 개정을 유도하여 전국 확대 시행을 이끈 자랑스러운 건설안전 조직이다. 견실한 공동주택 건설을 유도해온 전문가 조직인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건다. 


시멘트 건물의 골조에 철근을 제대로 넣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부조리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은, 철저한 후진국형 소동이다. 저질러진 비리·부정을 발본색원하는 일 못지않게, 당장 부실한 건축물에 입주한 주민들을 안심시킬 완벽한 보강방안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관련 법·규정을 재정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나라 공직사회와 건축 전문가들에게 진정한 자존심이 있다면 이런 치욕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질서와 윤리를 다잡아 스스로 부패구조를 청산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 공사에서 ‘철근을 빼먹는’ 범죄는 국민의 ‘생명을 빼먹는’ 그악한 범죄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망신스러운 일이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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