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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上] 자살=선택?…자살위험군 숨바꼭질 끝내려면

경기도 상반기 자살자 1659명…전국 최다
취약계층 중심 발굴…또다른 사각지대 우려
“자살위험군, 사회적 시선 두려워 숨는 경향”
“인식개선, 도정 내 올바른 용어 사용부터”

 

올해 상반기에만 경기도 내 1600명이 넘는 자살자가 발생하면서 도의 자살 예방 정책들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도는 자살위험군 발굴을 위해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하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살률 감소의 핵심인 인식개선에 대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떠올리는 위기 도민이 숨지 않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말을 꺼낼 수 있으려면 공공영역에서부터 잘못된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내 자살자 수는 1659명으로 전국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자살자가 발생했다.

 

도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위기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발굴하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 희망보듬이 등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도민들을 살피고 있다.

 

대체로 고립되기 쉬운 1인가구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복지 사각지대가 아닌 도민이 또다른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2018년 응급실 자살시도자 중 1인가구(395명)보다 가족과 거주하는 사람(1042명)이, 질환 있음(545명)보다 질환 없음(1005명)이 더 많아 ‘자살 취약계층’으로 규정되는 범주 외에서도 자살시도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도내 32개 자살예방센터 인력은 총 303명, 기관당 평균 10명 남짓으로 도 차원에서 먼저 나서 도내 곳곳에 숨은 위기 도민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최유정 한국자살예방센터 교수는 “자살위험군은 공통적으로 미소우울증(가면)을 갖고 있어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외출을 꺼리고 사회적 관계망을 차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미 장애인생명문화협회 상임고문도 “자살위험군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어떤 조치를 취할 것 같아서 자살 생각을 숨기려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 표현이 아닌 ‘하늘’, ‘환생’ 등을 언급하거나 ‘희망이 없다’와 같은 무조감의 언어를 사용, 물건·행적 지우기, 업무 마무리 등 은어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며 발굴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자살 위기 도민들이 스스로 제도적 보호망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살률 감소를 위한 시발점으로 제안되나 도의 대책은 형식적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도는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지난 7일 자살예방의 날 기념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전문가 제언을 수렴했지만 정작 일상에서 ‘극단적 선택’과 같은 용어 선택에서부터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지난 7월 제2차 긴급 복지 위기 상담 활성화 유공자 시상식에서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하면서 자살을 의미하는 완곡 표현인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앞서 5월 전세사기 관련 입장 발표, 3월 언론인 소통 간담회, 그 외 경기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게시물에서도 ‘극단적 선택’은 공식 용어인 것처럼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은 자살을 선택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개인 문제로 여기게 한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와 언론 등 공공에서부터 올바른 용어 사용으로 인식을 개선,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 교수는 “자살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검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완곡 표현을 쓴다면 ‘사망’, ‘숨지다’, ‘자기 생명을 포기하다’ 등 다른 용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 역시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쓰는 국가는 거의 없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자살 미화 효과나 베르테르 효과(모방 자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택적 죽음이라는 표현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며 “죽음을 있는 그대로 죽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살 예방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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