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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풀빌라, 풍요 속 빈곤

 

나는 마을 사업 지원을 위해 가평군 구석구석의 마을들을 자주 돌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하천, 계곡 주변에 생기는 풀빌라(Pool Villa)의 등장이다. 풀빌라는 객실마다 수영장 또는 온천이 딸린 숙박시설이다.

 

구글 트렌드로 ‘풀빌라’를 검색하면 검색량이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급등했다. 코로나19가 밀폐형 레저문화를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기도에서는 가평군의 검색량이 타 시군에 비해 4배가량 압도적으로 높아 1위다. 경기도의 지붕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1000미터 넘는 높은 산들이 즐비해 계곡이 깊다 보니 여름철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이 많다. 그 계곡들에 풀빌라 펜션들이 들어서고 있다.

 

예전에는 계곡의 물에 들어가서 놀다가 샤워하고 자기 방으로 갔다면, 이제는 계곡을 바라보며 자기 방의 풀에서 즐기는 세태로 바뀐 것이다. 촌에서 촌스러운 피서를 하기보다는 도시의 인공을 옮겨놓는 피서 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보상을 받듯 1년에 며칠 예외적인 호사를 누리고픈 도시민들의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문제는 그 풀빌라에서 사용하는 물이 지하수라는 점이다. 객실마다 풀을 채우고, 풀을 청소하며 버려지는 지하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물(水)을 함께(同) 쓰던 마을(洞)이 물 사용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독점의 폐해가 생기고 있다.

 

지하수 관정을 파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하수 고갈로 점점 관정 깊이가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이 마르다 보니 계곡도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흐르는 예전의 계곡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계곡에 몸을 담글 마음이 들지 않으니 풀빌라를 더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악순환이다. 골프장이 그렇듯, 풀빌라가 늘어나는 것에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로 가뭄이 빈발하고 있다. 이때 지하수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의 완충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식량 위기를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특히 노지 재배가 아니라 시설재배로 작물을 키우면 지하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농업용수로 쓸 물을 물놀이 하는데 낭비할 수는 없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지하수는 중요하다. 지하수가 줄어 강의 저수량이 줄어들면 수력발전이 줄고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게 된다. 기상이변으로 게릴라성 폭우가 잦아져 물을 그냥 흘려버리기 쉬운 최근에는 물을 머금고 있는 지하수가 그래서 더 중요해졌다. 그러나 지하수가 채워지는 속도보다 고갈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제4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2022 ~ 2031)'을 수립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지하수의 역할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정부나 지자체는 '지하수법'에 따라 '인근 지역 수원(水源)의 고갈', '자연생태계를 해칠 우려', '하천 인근에서의 지하수 개발, 이용' 그리고 '그 밖에 지하수를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서 지하수 개발·이용의 허가를 하지 않거나 취수량을 제한할 수 있다. 그렇지만 풀빌라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허가 과정에서 법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것같다. 풀빌라는 물의 풍요다, 동시에 기후재앙 시대 위기의식의 빈곤이다. 예전보다 더 펑펑 물을 쓰는 시설을 만들어 가면서 물 부족 극복은 물론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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