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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 공공기관 평가 ‘인기투표’ 부작용 개선을

주민 평가 50% 반영에 경쟁 과열…행정 낭비 심각

  • 등록 2024.05.08 06:00:00
  • 13면

경기도가 산하 공공기관 사업 평가를 위해 실시한 ‘책임계약 평가’가 기관장들을 향한 충성경쟁,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기관장 임기 연장을 위해 직원은 물론 주변 인맥까지 총동원하는 경쟁이 벌어지자 내부에서 “행정력을 낭비하는 전시행정 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부작용을 막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지난달 16일 시작해 이달 6일까지 진행된 책임계약평가 온라인 투표는 도민이 공공기관 사업 성과를 평가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올해 본격 도입됐다. 도 산하 28개 공공기관 중 정원 200명 이상인 GH(779명), 경기문화재단(493명), 경기신용보증재단(344명),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231명) 등 네 곳이 평가 대상이다. 4개 기관장이 제시한 2~3개의 책임 목표에 대해 2023년 한해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는 도청과 전문가가 실시하는 서면 평가(실·국 평가 30%, 전문가 평가 20%)와 도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투표 및 오프라인 투표(50%)로 나뉜다. 전체 평가에서 주민 온·오프라인 투표를 50% 반영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기관에 ‘특별정원 증원’, ‘도지사 표창’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 공공기관 수장에 대한 인기투표 변질과 함께 온·오프라인 투표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특별정원 증원’ 인센티브가 결국 과열 경쟁 부작용을 빚어낸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투표에서는 지난 5일 기준 GH가 2만8819표로 1위인 가운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2만7863표, 경기신용보증재단 2만7598표이며 경기문화재단은 2318표에 그쳤다. 연휴 기간 가족과 친지 등을 동원한 GH가 3위에서 1위로 올라서는 등 과열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공기관들이 펼친 갖가지 투표 독려 방안은 제도 도입이 취지를 무너뜨린 대표적인 일탈로 읽힌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은 투표 후 추첨을 통해 당첨 시 문화상품권, 모바일상품권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홈페이지에 투표 참여자 100명에게 선물을 준다는 배너를 내걸기도 했다. 엄정해야 할 기관 평가가 경품·공세를 앞세운 수준 낮은 과열 선거판처럼 오염됐다는 비난마저 나온다. 


당초의 취지와 달리 기관 직원들의 ‘출석 도장 찍기 경쟁’이 펼쳐진 데다가 중복투표까지 가능해 각 기관 직원은 매일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민 평가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기관장이 임기 연장에 유리하다고 알려지면서 온라인 투표를 대표 임기 연장용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합(경공노총)은 성명을 내고 “전시행정 쇼로 전락한 책임계약 평가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역할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는 도민들을 업무평가에 직접 참여토록 한다는 제도의 도입 취지는 조금도 그르지 않다. 그러나 실행에 있어서 의의는 실종되고 편법만 횡행하는 결과를 빚으면서 결국 포퓰리즘의 희생물이 되지 않았느냐는 날카로운 힐난이 있다.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면서 부작용을 끊어낼 새로운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있다’는 말 상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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