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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고성] 땀으로 얼룩진 거울

 

지난주에 수원상공회의소 김재옥(金載沃) 회장의 전기 출판기념식이 있었다. 돌아가신 분도 아니고 살아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의 전기물이 발간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들을 수도 있지만, 내용을 보니 결코 간단치 않은 인물의 기록이었다. 금수저 출신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든 시대에 입지전적인 인물이란 말이 떠오른다.

 

하인천역 인근에서 강보에 싸인 채 발견된 아기는 이름은 고사하고 생년월일도 알 수 없었고 부두에서 막노동하던 부부에게 입양되었다. 당시는 6.25 전쟁이 휴전된 뒤라 전쟁고아들이 수없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기는 양부의 성을 물려받았고 발견된 날이 그대로 생년월일이 되었다. 양부의 손에 인천 덕적도에서 젖동냥으로 성장한 아이의 어린 시절은 최 극빈의 삶이었다. 밥 굶기가 허다했고, 겨울에 다리 밑에서 자다가 밤새 내린 눈이 양부와 함께 덮고 자던 거적 위에 소복이 쌓인 모습이나, 아이스께기통과 구두통을 매고 인천항 주변을 외치며 다니던 이야기까지 모두 읽는 이의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가난이 일상이었던 시절이라도 이렇게까지 빈한할 지경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양부가 강한 놈이 되라고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부터 태권도 도장을 보내주었고, 간신히 잡은 이발소 한쪽의 구두닦이 보조에서 받은 월급으로 폐병이 심해진 아버지의 약값과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던 소년 가장 그리고 열한 살에는 그나마 양부마저 죽음으로 인해 고아가 된 이야기들이 최고의 기록문학가인 조철현 작가의 손으로 생생하게 스토리텔링 되었다. 특히 건달 세계에 들어가기 직전에 빠져나오는 부분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까지 한다. 전기물이 이렇게 재미있으면 소설이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고아가 된 그가 다시금 이를 악물고 세상과 싸워 흙수저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인간승리를 증명했다. 김 회장의 이야기에는 너무나 풍족해 스스로 나약해진 청춘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내용이 숱하게 담겨있다.

 

뜻밖에 김 회장과의 만남은 애국지사 의암 손병희 선생의 영화제작 현장에서였다. 사업가가 웬 독립지사의 일대기를 영화화한다고? 그가 민족대표33인기념사업회 이사장이란 사실을 안 뒤에 그 의문을 풀렸다. 평생의 한(恨)인 뿌리찾기가 여기까지 오게된 것이다. 오랫동안 수원시장학재단을 이끌어 온 것이나, 요소수 사태로 트럭 기사들이 발을 동동 구를 때 그가 운영하는 주유소에서는 무료로 넣어주는 등 선행이 넘쳐났지만, 결코 자신을 들어내지 않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흙수저 출신으로 성공한 사업가가 된 그를 새삼 다시 보게 한다. “땀으로 얼룩진 거울”이라는 책 제목은 그대로 그의 인생역정이었다. 존경할만한 인물이 없는 시대에 큰 바위 같은 모습으로 언제나처럼 주변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덤으로 책 속에는 1970년대부터 8, 90년대까지의 인천 주변의 모습과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기록들을 찾는 재미와 함께 조 작가의 슬픈 과거사까지 더하여 감동이 배가된다. 가까운 주변이 이런 인물이 있다는 것이 우리를 살맛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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